할리우드 원로 배우 멜 깁슨. 런던=AP 뉴시스
미국 법무부가 할리우드 유명 배우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할리우드 특사’로 임명된 멜 깁슨(69)의 총기 소지권을 복원하라고 지시했으며, 거부한 담당 관료를 즉시 해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법무부에서 사면 업무를 담당했던 변호사 엘리자베스 오이어가 깁슨을 총기 소지권 복원 추천 대상자 명단에 넣으라는 상부의 압박을 받았고, 이를 거부한 즉시 해고됐다고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오이어는 2022년부터 법무부에서 사면 담당자로 근무했으나 7일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즉시 해고 통보를 받았다.
NYT에 따르면 오이어 변호사는 약 2주 전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의 총기 소유권을 복원하는 실무 그룹을 이끌게 됐다. 이들은 사면·복원을 고려할 만한 후보자 명단으로 95명을 선정해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실에 올렸다. 오이어 변호사는 NYT에 이후 차관실에서 후보자를 9명으로 추리면서 “멜 깁슨을 명단에 추가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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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슨의 변호사는 그가 가정폭력 전력 때문에 번번이 총기 구매가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깁슨은 2011년 로스앤젤레스(LA) 고등법원에서 자신이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검찰과의 협상에 따라 징역형은 면했다.
오이어 변호사는 자신의 상사에게 깁슨을 사면 대상자로 추천할 수 없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는 NYT에 “가정 폭력 전력이 있는 사람이 총기를 소지할 경우, 실질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권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추천 대상자들과 달리 충분한 재범 가능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자 몇 시간 뒤 법무부 차관실의 고위 관리가 전화를 걸어 “멜 깁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깁슨을 추천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거듭 압력을 가했다고 오이어 변호사는 주장했다. 다음날 고민 끝에 상부에 거부 의사를 전한 그는 몇 시간 뒤 해고 통지서를 받게 됐다
오이어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사실이나 전문성, 건전한 분석이 아닌 관계와 충성심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며 “우리의 공공 안전이 걸려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관련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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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