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연소득과 성공 전략 초기부터 안정적 수입 올린 모네… ‘건초더미’ 판매 뒤 시장가치 급등 말년에는 연 40만 프랑 벌기도… “인상파는 빛-색채 변화 그려내” 대중에게 화풍 효과적으로 전달… 예술 감각-설득 전략 모두 갖춰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당시 테오는 유능한 아트딜러로 파리 미술시장에서 영향력이 상당했다. 특히 모네와 드가를 비롯한 주요 인상파 화가들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였는데, 그런 테오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뒤랑뤼엘은 인상파 작품을 독점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소더비에서 경매된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1890년). 당시 이 작품은 인상주의 작품 역대 최고가인 1억1070만 달러에 팔렸다. 사진 출처 소더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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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모네는 초기부터 작품을 잘 판매하고 있었다는 것을 장부(연구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화가로 활동을 막 시작한 1872년에도 38점의 작품을 팔아 연 1만2100프랑(당시 약 1억2100만 원)을 벌었고, 1873년에는 44점의 작품을 판매해 2만4800프랑의 소득을 올렸다. 동생이 보내주는 월 150프랑에 의지해 근근이 생활하던 반 고흐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미술시장에서 변화의 시점은 바로 앞서 살펴본 건초더미 연작이다. 이전까지 모네의 작품은 1점당 대략 400∼500프랑 정도에 거래됐는데, 건초더미 연작의 경우엔 작품 가격이 3000프랑 이상에 달했다. 모네 개인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인상파 작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완전히 뒤집히게 된 계기가 건초더미 연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이 연작 중 한 작품이 2019년 소더비 경매에 출품돼 1억1070만 달러(당시 약 1316억 원)에 낙찰됐다. 이 경매가는 모네 작품 중 최고 경매가이자 인상파 작품 가운데 경매에서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긴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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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연작을 통해 대중에게 인상파가 무엇을 그리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눈앞의 대상보다도 대상과 우리 눈 사이에 있는 대기를 그림으로써 인상파 화가들이 미묘한 빛의 변화를 그려내는 이들임을 인식시켰고, 결과적으로 인상파의 매력을 대중에게 확산했다. 시장을 탓하기보다는 시장을 설득할 묘책을 모색했고 결국 연작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확고히 했다는 점을 모네의 위대함 중 하나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모네는 예술적 감각뿐만 아니라 작품을 시장에서 어떻게 유통할지에 대한 판매 전략까지도 깊이 고민했다.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그림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그림이 현대적일 뿐만 아니라 작가의 시장 전략에도 현대적인 감각이 담겨 있어서는 아닐까 추정한다. 인상파 그림을 감상할 때 이러한 경영적 매력도 고려하면서 보면 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①: Simon Kelly. “How Monet became a millionaire: the importance of the artist’s account books”, Journal of Cultural Economics (2023)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