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영화 ‘콘클라베’-소설 비교 콘클라베 중단때 스마트폰 속으로 인간적 연약함을 간접적으로 묘사 원작과 달리 수녀들도 자주 등장
영화 ‘콘클라베’에서 추기경 단장 ‘로런스’(레이프 파인스·아래)가 다른 추기경들을 내려다보는 장면. 영화는 추기경들을 하나의 점처럼 묘사한다. 디스테이션 제공
5일 국내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추기경을 하나의 점처럼 촬영한다. 추기경은 교황의 최고 고문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교회 행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하지만 영화는 ‘롱 숏’(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연출 기법)으로 이들을 보여준다. 거대한 건축물(바티칸 교황청)과 작은 인간(추기경)을 한 화면에 담는다. 신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는 교황이 선종한 뒤 새 교황을 뽑는 투표인 ‘콘클라베’를 통해 권력과 신념의 본질을 탐구하는 정치 스릴러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각색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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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언어가 통하는 동향의 추기경끼리 삼삼오오 뭉쳐서 모략을 꾸미는 모습도 관찰한다.
콘클라베가 잠시 중단됐을 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추기경을 비춘다. 가장 신성한 공간에서 가장 인간적인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소설은 남성 추기경들의 암투에만 집중하지만, 영화는 여성인 수녀들도 자주 비춘다. 추기경들이 모략을 꾸미는 식당에서 수녀들이 요리하고, 식기를 놓는 장면을 보여준다. 수녀 ‘아그네스’(이사벨라 로셀리니)가 남성 추기경들의 성 추문과 모함을 폭로하는 장면을 추가해 교회가 남성들의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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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