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女 간병하다 살해 고양 父子… 2주전까진 “끝까지 모실것” 말해 심리적 고통-부담 극도로 커진듯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 11% 그쳐… “지자체가 선제 발굴, 가입 늘려야”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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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서 투병 중이던 80대 여성을 살해한 남편과 아들이 한강에 투신한 사건 이후 ‘간병 살인’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간병 살인은 가족이 환자를 오랜 기간 돌보다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결국 환자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뜻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가족 간병과 관련된 각종 복지제도가 있지만 해당 가족은 아무런 지원을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10년간 간병에 지쳐… “평소 힘들어해”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80대 여성은 10년 전부터 지병을 앓고 있었다. 최근 건강이 나빠졌고, 거동도 어려워 병상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의 80대 남편과 50대 아들은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 일체의 외부 도움 없이 간병을 해왔다고 한다. 고양시 관계자는 “해당 가정의 경우 소득 기준 등 검토 결과 긴급돌봄 대상이나 차상위계층 등 해당 사항이 없었다.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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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병 살인, 20년 새 연평균 5.6건→18.8건 증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이용자가 적다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이지만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에게 신체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다. 대상자가 되면 요양보호사나 요양병원 입원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용이 제한적이란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수는 110만 명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의료보장 노인 인구(986만 명)의 약 11% 수준에 그쳤다. 10명 중 9명은 혜택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 “지자체가 선제적 발굴해 가입률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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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당사자가 신청하는 방식에서 국가나 지자체가 직권으로 대상자를 일괄 파악해 지원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보험 등 복지제도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지자체 등에서 대상자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가입률 등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고양=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