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절차’ 돌입 건설-유통 등 경기민감업종 ‘직격탄’… 신용등급 ‘상환 불능’ 최하위 강등 사측 “잠재적 자금부담 선제 대응” 업계 “MBK 빚 갚느라 투자 뒷전”
홈플러스 영등포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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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동아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중견 건설업체들의 기업회생 신청에 이어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의 약진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머커스 업체들의 공세 속에서 영업실적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건설업이나 유통업 등 외부 경제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경기 민감 업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4년 연속 적자, 매각은 난항
4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D’로 강등했다. 지난달 28일 ‘A3’에서 ‘A3―’로 하향한 지 영업일 기준 하루 만이다.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 ‘D’는 최하위 등급으로 상환 불능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등급 하향 배경에 대해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영업 지속 가능성을 밝혔지만 금융 채무의 적기 상환 훼손으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총차입금은 5조4620억 원으로 차입금 의존도(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는 60.3%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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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7조200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 등 수년간 새 주인 찾기에 골몰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 등으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노조의 거센 반발도 매각의 주요 걸림돌이었다. 홈플러스 노조는 인력 감축과 점포 구조조정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 왔다.
● 규제에 치이고 이커머스에 치이고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뿐 아니라 대형마트 업계 전반은 내수 부진과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국 이머커스 업체들의 한국 진출은 이 같은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의 비중은 2020년 17.9%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 11.9%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온라인 비중은 46.5%에서 50.6%로 증가했다. 홈플러스뿐 아니라 이마트, 롯데마트 등 ‘마트 3대장’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제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을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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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