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목잡는 상법 개정안] 산업계, 野추진 상법 개정안 반발 “경쟁국과 달리 주주로 의무 확대… 도입 근거 美사례도 강행규정 아냐 시행땐 이사진 상대 배임소송 남발… 주주 입김에 장기 투자 막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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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통과를 예고하자 산업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법’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는데 한국만 ‘회사 및 주주’로 넓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상법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한 주주들의 배임 소송이 남발하고, 기업들이 주주 입김에 의해 단기 이익만 좇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 글로벌 스탠더드 벗어난 상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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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4일 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는 제382조의3을 고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에는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로 한정돼 있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회사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하려 하거나 배당 대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소수 주주들은 이런 것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주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많은 국가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했는데 한국만 규제로 묶인 갈라파고스가 될 판국”이라고 지적했다.
● 단기 이익 좇는 주주에 휘둘릴 가능성
만약 상법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이사진들이 주주들을 위해 단기적 이익을 좇는 경영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이 많기에 기업 성장보다는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전체 상장사 주식 중 30.0%, 매출 10대 상장사 주식 중 46.8%에 달할 정도로 외국인 지분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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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회사가 자금 확보를 위해 신주 발행을 하려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신사업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에 나설 때도 주주들의 만장일치가 없으면 추후 소송의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은 “주주의 이익을 어디까지 보장해 줘야 하는지 케이스에 따라 모두 분쟁으로 이어지고 확정 판결까지 수년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사이 기업들이 투자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용수 건국대 교양학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의 원인이 된 합병 과정에서의 불공정, 물적분할에서의 소액주주 소외는 자본시장법이나 정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