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에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 신설… 유턴기업 보조금 상향 등 담겨 기존 정책 재탕에 사후 대응 초점… “수출 골든타임 놓칠라” 우려 커져 방미 통상차관보 “입장 잘 설명할것”
미국발(發) ‘통상 전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수출 기업을 돕기 위해 정부가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를 신설하고 유턴 기업 대상 보조금 지원 비율을 10%포인트 높인다. 수출 타격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다. 하지만 기존 정책을 ‘재탕’한 수준에 그친 탓에 이대로 ‘골든타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관세 피해 수출 기업 지원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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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피해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를 주관할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수출 바우처(일반+관세 대응) 예산이 611억 원에 불과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진행 과정에서 수출 기업 피해가 더 커지면 예산 편성을 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세 피해로 국내에 복귀하는 기업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유턴 기업 국내 투자액의 21∼45%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10%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두 개 이상의 회사가 동반 복귀할 때 더해 주는 보조금도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높인다. 다만 올해 관련 예산이 지난해(1000억 원)와 비슷한 1045억 원에 그쳐 얼마나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6조 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무역보험 100조 원도 제공한다. 미국 관세 정책 변화를 빠르게 알리기 위해 통합상담창구를 신설하고 역대 최대인 1조2000억 원 규모의 수출 마케팅도 지원한다.
●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응책은 다른 기회에”
그러나 이번 대책을 두고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게 될 기업을 위한 맞춤형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다음 달부터 타격이 불가피한 철강·알루미늄 수출 관련 맞춤 대응은 담기지 않았다. 미국은 다음 달 12일부터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수입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관세가 면제됐던 한국산 철강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미국 수출 기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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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의 통상 전쟁에 맞서 ‘로 키(low-key·절제된 방식)’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수출 피해가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하나씩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대책들은 ‘비상 대책’이라기에는 지금껏 해왔던 정책이 대부분”이라며 “유턴 기업 지원 강화 등은 중장기적인 대책인데 지금 필요한 것은 곧 펼쳐질 시급한 위기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기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관세 조치 등의 대응을 위해 방미한 박종원 산업부 통상 차관보는 이날(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 협력 상대국”이라며 “우리 입장과 의견을 잘 설명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논의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