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속 정부 협상력 발휘 못해 체코 원전 최종 계약도 미뤄질 듯 방산도 고전…정책대출 승인 미뤄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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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팀 코리아’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왔던 원전·방산 등 주요 산업마저 리더십 공백으로 흔들리고 있다. 탈원전 폐기 이후 연달아 수주 낭보를 올렸던 원전은 미국 등 외국 경쟁 기업들에 밀리면서 유럽 시장에서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 원전만큼이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방산 수출도 독일, 프랑스 등 전통의 방산 강국과의 외교전에서 뒤처지는 형국이다.
● 협상력 밀린 K원전, 유럽 시장 사실상 포기
韓-체코 투자 콘퍼런스 루카시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장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체코 투자 및 비즈니스 콘퍼런스’에 참석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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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에 대한 최종 계약 시점도 기존에 계획했던 3월에서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체코 유력 일간지 리도베 노비니는 13일(현지 시간) “한국의 탄핵 정국으로 최종 계약이 연기될 수 있다”며 “한국의 조기 대선 문제 등이 원전 계약 진행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발 대목에서 소외되는 K방산
실제로 지난해 말 완료했어야 할 폴란드와의 K2 전차 2차 계약이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 조건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지연되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요구하는 수출금융(대출)도 부처 간 의견 조정이 되지 않아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수리온 도입을 검토 중이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방한했지만 계엄 사태로 인해 시승 행사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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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서야 할 대미(對美) 통상 협상마저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정·재계 인사와 접촉할 계획이다. 이어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도 연달아 4월 2일 시행될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한 한국 기업의 입장을 전달한다.
기업들이 정부 리더십 공백에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으로 향하고 있지만, 민간 중심 대미 협상으로는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7조 원을 들인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준공식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할 계획이지만 정상 외교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라 성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산업 단위 공조 체계 등 정부 차원의 당근책을 미국에 제시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 유리한 정책 변화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주도의 정책 동력이 약화되면서 국내 제조업 기반도 약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올해 초 발표하려던 ‘산업단지 활성화 대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한국판 러스트벨트’로 전락하는 산단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역량도 약화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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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