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NOW] 우아한 아웃핏으로 스테디셀러… 루이뷔통 등 남성복에 선보여 정갈한 슈트·시스루 삭스에 코디 클래식 매력으로 트렌드 이어질 듯
한계를 뛰어넘어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맨즈웨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지목된 발레 슈즈가 이제는 메리제인 슈즈로 한 걸음 나아간 모양새다. 루이뷔통을 필두로 코페르니와 웨일즈보너,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등 여러 굵직한 패션하우스에서 이 트렌드를 과감히 이끌었다.
둥근 라운드 토와 발등을 가지런히 덮는 스트랩 장식이 특징인 메리제인 슈즈는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본디 메리제인이란 명칭은 1902년 ‘뉴욕 헤럴드’에 연재되며 크게 인기를 끈 만화 ‘버스터 브라운(Buster Brown)’에 등장하는 소녀 이름인 ‘메리 제인(Mary Jane)’에서 유래했다. 메리 제인은 이 만화의 작가 리처드 펠턴 아웃코트가 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캐릭터였다.
만화 속 메리 제인은 둥글게 마감된 앞코와 걸쇠가 달린 끈의 슈즈를 신고 있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메리제인 슈즈의 시초가 됐다. 후에 아웃코트는 만화 라이선스를 200여 개의 회사에 팔게 되는데 그중 하나인 ‘브라운 슈 컴퍼니’가 소녀들을 타깃으로 한 메리제인 슈즈를 내놓으면서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광고 로드중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한 메리제인 슈즈가 럭셔리 남성 패션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갈한 슈트 차림에 시스루 삭스와 메리제인 슈즈를 선보인 루이뷔통(왼쪽 사진), 발가락 모양의 메리제인 슈즈로 눈길을 끈 코페르니(가운데 사진), 정교한 비즈 장식의 메리제인 슈즈로 컬렉션을 빛낸 웨일즈 보너(오른쪽 사진). 각 브랜드 제공
패션 신에서 룰 브레이커로 통하는 웨일즈 보너도 트렌드에 가세했다. 한결 여유로운 셔츠 차림의 모델이 걸어 나올 때마다 시선이 발끝에 머물렀다. 정교한 비즈 장식의 메리제인 슈즈가 형형색색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 냈으니까.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웨일즈 보너의 쇼에서 남녀 구분을 넘어 동시대 모두가 즐기는 패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파리의 디즈니랜드를 통째로 빌려 진행된 코페르니의 컬렉션에서는 디즈니 만화를 연상시키는 발가락 모양의 메리제인 슈즈가 등장해 발가락 신발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눈 모양의 구슬 장식과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듯한 스트랩 디자인으로 키치한 매력을 선보인 8ON8과 스니커즈를 재해석한 시네이드 오드와이어의 메리제인 슈즈도 주목을 끌었다.
이제 막 남성복 세계의 문턱을 넘은 메리제인 슈즈. 더는 새로울 것 없어 보이던 맨즈웨어에 흥미로운 논쟁거리를 던져준다. 논쟁은 결국 유행이 될까? 확실한 건 편견 없이 아름다운 남성복을 만들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있기에 패션의 세계가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