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때 국회출동 尹과 4차례 통화… 수방사 수행장교도 “통화 들었다” 尹측 ‘계몽령’ 주장과 정면배치… 헌재, 檢수사기록 증거로 채택 李, 헌재 탄핵재판 땐 증언 거부
5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문 부수라’는 말을 한 것과, ‘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억이 난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비상계엄 당일 이 전 사령관을 수행한 수방사 장교 A 씨로부터 이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이 4차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4명이서 1명 들쳐 업고 나와’라고 얘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사령관도 윤 대통령이 끌어내라고 한 대상을 ‘국회의원’으로 인지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이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큰소리로 “어? 어?” 하며 이 전 사령관을 다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사령관은 국회에 있던 수방사 간부에게 윤 대통령 지시를 그대로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간부로부터 “이 전 사령관이 ‘본청 내부 진입해 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사령관은 “대통령으로부터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이후 충격을 받아 그 이후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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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검찰이 윤 대통령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군 관계자들로부터 탄탄하게 확보한 만큼, 헌재가 윤 대통령 주장의 신빙성을 낮게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 반대에도 검찰 수사기록을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하고 심리 중이다.
“尹 ‘총 쏴서라도 끌어내라’ 지시에 李 대답않자 ‘어? 어?’ 다그쳐”
[계엄사태 두달] 尹-이진우 계엄당일 4차례 통화
“尹, 아직도 못 들어갔어? 李 질책…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 지시”
李 국회출동 때 수행 장교 檢진술
尹 ‘평화적 계엄’ 주장과 정면배치
“尹, 아직도 못 들어갔어? 李 질책…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 지시”
李 국회출동 때 수행 장교 檢진술
尹 ‘평화적 계엄’ 주장과 정면배치
“4명이서 한 명씩 가마를 태우고 나오는 모습이 연상됐다.”
“총을 허공에 쏴서 우왕좌왕할 때 문을 여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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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아직도 못 들어갔어?” 짜증
현 상황을 묻는 윤 대통령에게 이 전 사령관은 “경찰들이 군도 못 들어가게 막고 있다. 그래서 제가 담 넘어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고 보고했다.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진 않았지만 밀폐된 공간이라 통화 내용이 주변에 고스란히 들렸다고 한다. A 씨는 “TV에서 듣던 대통령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 신기해서 더 잘 들린 것 같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의 두 번째 통화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집결하는 국회의원 수가 늘고 있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아직도 (군이 국회 본관 내로) 못 들어갔어?”라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국회 본관 앞까지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서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지시했고, 이 전 사령관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4명이 1명씩 가마를 태우고 나오는 모습이 연상됐다”며 “(윤 대통령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짜증 내는 말투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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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쏘라’ 지시 후 “어? 어?” 다그친 尹
상황이 여의치 않자 윤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세 번째 통화에서 “아직도 못 갔냐, 뭐 하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사령관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본회의장) 문에 접근을 못 한다. 문을 부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 전 사령관이 충격을 받은 듯 바로 대답하지 않자 윤 대통령은 큰 소리로 “어? 어?”라며 다그쳤다고 한다.
세 번째 통화 이후 국회에선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됐고, 이 전 사령관이 국회에 투입된 병력들을 공터로 철수하라고 지시한 전후에 윤 대통령의 4번째 전화가 걸려 왔다. 윤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도 “어? 어?”라고 다그치며 “국회의원이 실제로 190명 들어왔다는 건 확인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를 해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2차, 3차 계엄을 할 거면 군을 철수시켰겠느냐”고 주장해 왔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이 당시 병력 철수 상황을 모르고 발언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후 이 전 사령관은 주변에 “당시 상황이 기억이 안 난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령관은 직무가 정지되던 날(12월 6일) A 씨에게 “너는 그날 기억이 나냐. 나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씨가 당시 상황을 이 전 사령관에게 설명하자 이 전 사령관은 “내가 진짜 듣기 싫은 말을 들었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출석한 이 전 사령관은 A 씨 설명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문을 부수라’ ‘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기억나는데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4일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총을 쏘고 문을 부수라고 했는지” 묻는 질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사실상 부인하며 “형사재판에서 명확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A 씨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윤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로 지시한 내용 등을 모두 윤 대통령 공소장에 적시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