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약국’ 운영 약사 4인방 국내 흡연율 4년 만에 최고치 기록… 금연 결심하는 사람은 13%에 불과 약국서 니코틴 대체제 병용 등 상담… 간단한 복약 지도만으로 금연 성공 해외선 정부 사업에 약국 적극 활용… 약사 대상 치료법 교육도 강화해야
매년 금연 사업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 흡연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주춤하던 흡연율은 재작년 다시 반등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담배를 피운다는 남성은 32.4%로 1년 전보다 2.4%p 늘었다. 여성도 6.3%로 1.3%p 증가했다. 반대로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향후 1개월 이내에 금연할 계획이 있다’라는 응답률은 13.1%에 불과했다. 2014년 24.7%에 달했던 금연 결심은 10년 만에 큰 폭으로 낮아졌다.
이런 배경은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의 등장과 국가 금연 지원 서비스의 낮은 접근성,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 부족 등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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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금연 상담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약사 4인을 만나 금연 상담에 대한 궁금증을 자세히 물어봤다.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금연 상담을 시작한 김선혜(상아 약국), 현고은(샘물 약국), 김정은(가나안 약국), 김혜진(행복한 약국) 약사가 금연상담 약국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약사로서 금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혜진 약사= “일반의약품 공부 모임에서 우연한 기회에 니코틴 대체제에 관한 토의가 벌어졌다. 그때 내가 니코틴 대체제에 대해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금연을 주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리 약국은 상담 환자가 많아 자연스럽게 공부했던 내용을 활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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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고은 약사= “최근 약사 대상 금연 심포지엄이 있어 조사를 해 보니 지난 5년간 국가 금연 치료 지원 사업에 연간 26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금연 치료 이수율은 30%에 불과하고 참가자도 계속 줄고 있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약사가 금연 약국을 통해 금연 확산에 주체적인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금연 약국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우리나라 금연 환경의 변화나 흡연자의 특징이 있다면…
▽김정은= “금연 시도자도 줄었지만 그동안 병의원과 보건소 중심으로 운영됐던 국가 금연 치료 지원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금연 치료제 바레니클린의 불순물 이슈로 급격히 축소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금연 희망자가 갈 곳이 없어졌다. 실제로 약국에 금연 치료를 원하는 사람이 왔을 때 금연 약물을 처방해 주는 병원을 찾기 위해서는 8∼9개의 병원에 전화해야 한다. 그 사이에 이들의 금연 의지는 줄어들고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금연 시도를 포기해 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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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담배 흡연자는 늘고 있지만 금연 시도자는 줄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약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선혜= “약국을 찾는 흡연자는 금연 의지가 있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두 가지 경우다. 이들은 금연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약국에 금연을 권하는 설치물을 만드니 이를 보고 먼저 금연 방법을 물어보는 흡연자가 늘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금연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혹시 담배를 피우는지 질문하게 됐다. 그러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들이 금연 의지가 생겼을 때 약국을 찾는다.”
―금연 약국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김혜진= “흡연 기간이 25년 정도 되는 40대 남성 흡연자가 있었다. 불규칙적으로 니코틴 껌을 씹었는데 흡연 충동이 매우 강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니코틴 패치와 니코틴 껌을 함께 사용하는 니코틴 대체제 병용 요법을 추천했다. 완만하고 지속적으로 니코틴 공급이 가능한 니코틴 패치와 필요시 신속한 혈중 니코틴 상승을 돕는 니코틴 껌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으로 급작스러운 흡연 욕구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확실히 흡연 욕구가 크게 줄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김선혜= “단골 중에 매번 처방 약을 짓는 동안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오는 어르신이 있었다. 고혈압이 있고 당뇨병도 앓고 있다. 가래약도 항상 처방받고 있어서 담배 때문이니 금연해야 한다고 매번 얘기했다. 그러면 지금 끊어서 얼마나 오래 살겠냐고 답하곤 했는데 어느 날 경동맥 초음파검사 결과가 너무 안 좋게 나왔다며 금연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니코틴 껌과 패치를 드렸고 2주 뒤에 방문해 가래가 줄었다고 말했다. 금연을 권할 때마다 거절당했던 그동안의 과정이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금연율을 높이기 위해 제언을 한다면…
▽현고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정부 금연 지원 서비스에 약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정부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를 희망할 경우 가장 먼저 약국을 찾는다. 약국에서 금연 상담을 받은 흡연자를 관리 시스템에 등록하면 정부는 금연 시도자에게는 니코틴 대체제 구매 비용을 보험급여로 지원하고 약사에게는 정해진 수가를 지급한다. 그 결과 캐나다 약국 금연 프로그램 참여 흡연자 중 6개월 이상 금연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37%나 된다. 본인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3∼4%에 불과하다. 니코틴 대체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1차 금연 치료제다. 40년 이상 사용되면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니코틴 대체제를 약국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 사례를 참고한 금연 정책이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 금연 지원 사업에서 약국은 빠져 있다. 접근성이 좋은 약국을 통해 감소하고 있는 금연 시도자를 더 많이 발굴하고 금연 프로그램에 유입시켜야 한다.”
▽김선혜= “금연 지원 서비스가 포함된 서울시 세이프 약국 시범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었지만 수가를 받기 위해 흡연자 정보를 등록하는 전산 시스템이 복잡하고 자주 끊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손님 응대와 조제, 상담 등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약사 입장에서 금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스템과 적절한 보상 체계가 아쉬웠다.”
▽김혜진= “금연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신 금연 방법과 흡연 행태에 관한 약사 대상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니코틴중독이 심한 흡연자의 경우 지속해서 니코틴 공급이 가능한 니코틴 패치와 급작스러운 흡연 욕구를 조절하는 니코틴 껌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 요법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약사들조차도 이러한 병용 요법을 생소하게 느끼고 있다. 니코틴 대체제의 정확한 사용과 최신 금연 치료 요법을 더 많은 약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약사회 연수 교육이나 약학대학 교육을 통해 금연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
▽김정은=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니코틴 대체제의 종류는 10년이 넘도록 변화가 없다. 신종 담배는 다양한 맛과 포장으로 흡연자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 데 비해 이에 대응할 무기가 부족하다. 해외는 구강 스프레이 제형의 니코틴 대체제가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돼 사용 중이다. 흡연 욕구가 느껴질 때 입안에 한 번씩 분사하면 되기 때문에 사용이 편리하고 금연 성공률은 니코틴 대체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약 2.5배 높다. 실제로 해외에서 지내다 귀국한 분 중에 약국에서 니코틴 구강 스프레이 제제를 찾기도 한다.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니코틴 대체제가 국내에도 들어와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을 통해 판매된다면 실질적인 금연율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