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습지의 순기능 무분별한 개발-탐방 등으로 훼손 땐, 저장된 탄소 배출해 환경에 악영향 최근 탄소 흡수력 활용 방안 주목 보호구역 지정-친환경 기술 적용 복원 땐 ‘탄소 폭탄’이 ‘저장고’로
습지는 일 년 중 일정 기간 동안 얕은 물에 의해 잠겨 토양이 물로 포화되어 있는 땅을 말한다. 물이 환경과 동식물의 서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태적 가치가 크다. 특히 내륙습지에는 생물의 40% 이상, 포유류의 12%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 습지 면적은 국토의 3.8%로 멸종위기종 32%가 살고 있다. 습지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결국 다양한 생물을 보호하는 것인 셈이다. 또 습지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를 흡수한다. 침엽수림과 비교할 때 탄소를 1.8배 더 저장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흡수원이다. 2일 세계습지의날을 맞아 습지의 무한한 잠재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 “습지, 전 세계 숲보다 2배 많은 탄소 흡수”
습지에는 거대한 양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전 세계 토양이 지닌 탄소의 약 30%가 습지에 갇혀 있다. 습지는 지구 표면의 3%에 불과하지만 500∼700Gt(기가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하지만 습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탄소 흡수량을 따지는 고유 산정 방식이 없다면 습지를 탄소 배출원으로 파악한다. 또 습지의 기능이 손실된 곳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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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 흡수하는 이탄층
국내 대표적인 이탄습지로 알려진 경남 창녕군 우포늪. 국립생태원 제공
우포늪에는 죽은 식물들이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쌓여 만들어진 ‘이탄층’이 형성돼 있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박사는 “이탄이란 분해되지 못한 유기물이 축적돼 만들어지는 특이한 형태의 탄소 덩어리”라며 “습지 아래의 이탄층은 산림에 비해 2∼7배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한다”고 말했다.
식물은 사멸한 뒤 분해되며 지니고 있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는데 습지 식물의 경우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 침수돼 있거나 물기가 많아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에 흡수된 탄소 대부분은 대기로 방출되지 않고 땅속에 이탄으로 저장된다. 이 때문에 습지가 탄소 흡수원의 기능을 하게 된다. 김수환 국립생태원 박사는 “식물은 보통 죽으면 부식질로 분해되며 탄소를 발생시키고 이를 대기 중에 방출한다”며 “반면 습지에서 죽은 식물은 마치 석탄처럼 탄화돼 이탄층으로 쌓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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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이탄층이 가장 깊은 곳으로 알려진 강원 인제군 용늪. 국립생태원 제공
● 훼손된 습지에선 탄소-메탄 방출
탄소를 흡수한 습지가 훼손되면 어떻게 될까. 습지는 무분별한 탐방이나 개발 등으로 꾸준히 파괴되고 있다. 국립생태원 ‘내륙습지 정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습지는 생활하수나 농약에 오염되거나 낚시, 교란종, 무분별한 탐방, 개발 등으로 훼손되고 있다.
이렇게 파괴된 습지는 가둬 놓고 있던 탄소와 메탄을 뿜어낸다. 산림에 비해 탄소 흡수 효과가 2∼7배 좋았던 만큼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가 새어 나온다. 습지 개발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2030년까지 지구 표면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GBF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국가들의 합의다. 환경 전문가들은 “한국의 보호구역은 전체 국토의 17%에 불과하다”며 “보호구역을 늘려 가는 과정에서 산림뿐 아니라 습지를 적극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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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습지
낮은 온도로 죽은 식물들이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쌓여 만들어진 이탄층이 존재하는 습지. 보통 1mm의 이탄층이 쌓이는 데 1년 정도 걸린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