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0개사 신용도 하락, 40곳 상승 석유-유통 등 실적 악화에 대거 강등 글로벌 신평사 ‘정치 불확실성’ 주시 “국가 신인도 하락땐 기업 연쇄타격”
주력 산업 부진과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를 맞이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세가 2년째 지속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탄핵 정국 장기화 등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올해도 기업 신용도 하향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 속에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용등급은 정부,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의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기 전에 최소 두 곳의 신평사에 등급 산정을 의뢰한다. 국내에서 신용등급을 받은 공·사기업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한국전력 등 500여 곳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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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여천NCC 등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이 심해진 석유·화학 업종의 신용도 하락이 두드러졌다. 소비 위축, 온라인 유통 채널 변화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롯데,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 계열사들도 신용등급이 대거 하향 조정됐다.
기업의 신용도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악순환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회사채 금리가 오르는 등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이것이 신용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평사들은 내수 부진, 통상 여건 악화,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올해도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면 기업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신평사 고위 관계자는 “국가 신용도가 떨어질 경우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하향 조정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글로벌 신평사들을 잇달아 만나며 소통하는 것도 ‘국가 신용도 하락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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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