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5.01.21. 사진공동취재단
21일 헌법재판소 심리로 진행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사유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끌어내란 지시를 한 적 없다고 했고, ‘비상입법기구’ 내용을 담아 최상목 부총리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쪽지도 모른다고 진술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진술이 검찰 수사와 계엄군 관계자 등의 국회 증언과 전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재판은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 43분 동안 진행됐고, 윤 대통령은 4차례에 걸쳐 직접 의견을 밝혔다.
● 검찰 공소장·국회 증언과 배치된 尹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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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현장을 지휘하던 이 사령관 등에게 전화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혐의가 적시 된 바 있다.
곽 사령관 역시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4일 0시 30∼40분경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가 왔다”며 “(윤 대통령이) 아직 (계엄 해제에 필요한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 내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 김용현 대리인단도 “최상목 쪽지 尹이 전달”
윤 대통령은 이어진 신문에서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쪽지를)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반박했다. 비상입법기구는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가 전달받았다고 밝힌 쪽지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국방부 장관이 그때 구속돼 있어서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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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역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특히, 대통령 윤석열은 최 부총리에게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비상계엄 선포시 조치사항에 관한 문건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적시한 바 있다. 해당 문건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하여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 ‘계엄군 CCTV’ 영상 보고도 탄핵사유 부인
이날 변론기일에선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계엄군 투입 영상 20여 개를 두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운동장에 계엄군 헬리콥터 3대가 착륙하고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 공관에 계엄군이 출동한 모습을 비롯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내에 권총을 소지한 계엄군이 진입한 장면 등이 포함됐다. 국회 측은 국회 및 선관위 장악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막았다고 자꾸 여러가지 증거 보여주면서 얘기하시는데, 어떻게 보면 (국회가) 국회법에 맞지 않는 신속한 (계엄해제) 결의를 했음에도 그걸 보고 바로 (저는) 군을 철수 시켰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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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