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관저 입구에서 55경비단 병력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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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4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조사를 위해 제3의 장소나, (한남동 관저) 방문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 변호인단이 즉각 “금시초문”이라고 반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비서실장과 변호인단이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임박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여권 내 혼선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정 실장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이란 제목의 글을 SNS에 올려 “대통령을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방어권 보장을 주장한 뒤 조사 장소와 방식을 조율하자고 제안했다. 정 실장의 글은 경찰, 공수처, 대통령경호처 등 세 기관이 처음으로 3자 회동을 하기 직전에 공개됐다. 그러나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 수사는 무효”라고 일축했다. 이어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선 제3의 장소나 관저 방문 조사는커녕 서면조사에도 응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변호사의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라면 대체 어쩌자는 건지 의아하고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실장이 대통령과 아무런 사전 협의나 교감도 없이 제3의 장소나 방문조사 방식을 언급했다는 건지도 의문이다. 정 실장이 말한 대로 “상식선에서 얘기한 것”이라면 이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은 ‘비상식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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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 직원들의 동요는 커지고 이번 제안에서 보듯 여권 핵심부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윤 대통령만 요지부동인 형국이다. 일체의 수사를 부정해 온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이는 스스로를 더욱 궁지로 모는 길일 뿐이다. 이미 불법계엄 관련으로 구속된 전 국방장관 등 9명이 줄줄이 기소됐다. 이런 마당에 책임이 가장 큰 대통령이 관저에 몸을 숨긴 채 혼자만 조사를 거부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물리적으로 체포영장이 집행되는 장면을 꼭 자초해서 보여줘야만 하나. 윤 대통령이 이제라도 수사를 받을 뜻만 있다면 제3의 장소든 방문조사든 그 방식은 여러 가지 검토해볼 수는 있다. 영원히 수사를 피할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