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외교정책은 실패” 선언한 트럼프 국익 내세웠지만 중간선거 고려한 차별화 탄핵 정국 韓, 현 외교기조 부정될 가능성 국내정치로 외교 다루면 운신의 폭 좁아져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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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외교 브레인이었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퇴임을 앞둔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와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에 대한 당부를 남겼다. 미국의 경제는 더욱 튼튼해졌고, 동맹과의 유대가 강화됐으며, 경쟁국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차기 행정부에 더 많은 협상 수단을 축적해 놓았기 때문에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고 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훌륭한 협상을 하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미국 경제의 회복에 필요한 시계와 선거의 시계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과연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외교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될 수 있을까. 바이든 행정부는 대척점에 있던 트럼프 1기 행정부로부터 외교정책의 유산을 유지했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 관세를 유지했고, 보호주의 무역을 강화했으며, 첨단기술의 이전을 봉쇄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물려받았고, 쿼드와 같은 소(小)다자 협의체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긴 의미 있는 정책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음 주에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외교정책의 유산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어갈지 알기 어렵다. 대선 기간 중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철저한 실패라고 비판했다. 당선인 신분으로서 파격적인 인사와 예측불가능한 정책들로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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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국가이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국내정치 목표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정치와 선거를 고려해 ‘정치 지형상 필요한’ 외교정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임 대통령인 트럼프의 목적은 아마도 중간선거 승리와 트럼프주의에 충실한 후계자를 만들고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데 있을 것이다. 중간선거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시간은 650일 남짓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가시적인 외교 성과를 거두거나, 혹은 성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남겨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정책적 연속성을 확보하기보다는 파격적이고 가시적인 외교정책의 쇼케이스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양극화된 양당 체제에서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제가 만들어 내는 외교의 부정적인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미국은 한국 정치의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반면교사가 돼가고 있다.
현재 한국은 외교적 공백 상태에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정상도 없고, 외국을 방문할 수 있는 정상도 한국에는 없다. 한국이 가진 강한 민주주의의 회복력으로 조만간 새 외교의 중심이 자리잡을 것이다. 문제는 민주주의가 회복돼야 할 뿐 아니라 외교정책의 기반도 강고하게 쇄신돼야 한다는 점이다. 통상 전임 정부 외교정책의 공과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평가하는 엄정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내정치의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하는 위험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임 정부의 외교정책을 무조건 부정하는 노선은 많은 문제를 가져왔다. 상대국이 있는 외교에서 정부의 변화가 곧 정책의 변화를 의미한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에 5년 이상의 정책 연속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전임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관료들에게 물을 경우, 관료들은 더 이상 창조적이고 의욕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기 어려워진다. 정당 간 정책 차와는 별도로 광범위한 합의를 보이는 국민 여론도 충실히 반영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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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