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후 자본시장 신뢰 추락하자 투자자 IR-서한 발송 등 적극 나서
지난해 12월 말 진행된 주요 금융그룹들의 정기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그룹 임원 25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한 달여간 자사주 총 2만3112주를 매입했습니다.
하나금융 경영진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함영주 회장을 비롯해 이승열, 이은형 부회장 등 9명의 임원이 총 1만350주를 사들였습니다. 하나금융 측은 “장기적 성장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과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말 인사 후 가장 먼저 자사주 매입 행렬에 나선 KB금융은 8명의 임원이 총 2462주를 사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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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사실 연례행사처럼 이뤄져 왔지만, 이번에는 그 무게가 다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은행주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등에 업고 타 업권 대비 주가 상승 폭이 컸습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자본시장의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4대 금융그룹 시총도 일주일 새 14조 원가량 증발하는 등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부 영향을 많이 받는 은행 또한 투자처로 신뢰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13일 기준 4대 금융 시총은 88조7014억 원으로 비상계엄 선포 직전 종가(99조9500억 원) 대비 11조 원 넘게 빠진 상태인데요. 다행스러운 점은 회복세에 있다는 겁니다. 정치가 망쳐놓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느라 외국인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투자설명회(IR)를 벌이고, 투자자 서한도 보내고, 자사주 매입까지 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노력들이 반영돼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조속히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