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누르면 왜곡된 행동으로 표출… 통제 대신 공존하는 법 배워야 질투심은 사랑받고 싶은 욕구… 시기는 나은 존재 되려는 열망 다양한 철학적 관점 소개하며, ‘나쁜 감정 사용하는 법’ 제시 ◇악마와 함께 춤을/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한재호 옮김/300쪽·1만9000원·흐름출판
시기와 질투, 경멸,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갖지 말아야 할 죄악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감정은 늘 우리를 배신한다”며 부정적 감정을 직면하지 못할 때 비틀린 행동을 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광고 로드중
신간은 분노와 시기, 질투, 앙심, 경멸 등 부정적 감정들에 대한 일종의 ‘변론서’다. 미 스와스모어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동·서양 철학자 12명이 여러 부정적 감정에 대해 내리는 정의를 살펴본다.
목적은 편견을 걷어내는 것이다. 그동안 부정적 감정은 정원에서 제거돼야 할 ‘잡초’처럼, 좋은 삶을 방해하는 일종의 장애물로 여겨졌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통제하거나 수양하려 한다. 그러나 저자는 “감정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기에 부정적 감정과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광고 로드중
사실 대다수의 분노는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나오는 건강한 반작용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 나를 조롱하거나 차별할 때 이를 무조건 눌러 삼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책의 묘미는 철학자들이 펼치는 부정적 감정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다. 로마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 유명한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에우스 세네카는 “분노의 문제는 상대방을 해칠 수만 있다면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분노는 백해무익한 감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자는 “오직 어진 사람(인자·仁者)만이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도, 경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적절한 때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상황에 맞게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저자는 간디와 괴테, 몽테뉴 등의 의견을 빌려 독창적인 ‘나쁜 감정 사용설명서’를 펼친다.
그동안 파괴적이고 퇴행적인 감정으로만 여겨져 왔던 ‘질투’는 사랑하는 이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로 재해석된다. 이기적이거나 병적인 감정이 아니다. 타인이 가진 것을 탐내는 ‘시기’는 스스로를 발전시킬 때 쓰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시기심을 느끼지 않는 건 무감각하거나 야망이 없거나 오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시기를 변호한다.
앙심을 품다가 느끼는 ‘쌤통’은 대부분이 악의적이지 않은 해학에 가깝다고도 주장한다. “쌤통은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 표출되는 한 방식이다. 나는 우리가 (쌤통이라며) 웃는 까닭은 자신도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광고 로드중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