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뜨거워지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경쟁 [전략1] “편의성 높여라” 투약 주기 늘리고, 제형 다양화 월 1회로 투약 주기 조절해 주사제 단점 극복, 주사보다 간편한 경구용 치료제 임상도 박차 [전략2] “부작용 줄여라” 근육 감소 막고, 에너지 소비 확대 위고비-근위축증 치료 후보물질 병용 시도… 열 생성해 운동 효과 내는 약물 연구도 진행
첫 번째 전략은 기존의 비만 치료제보다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삭센다’와 ‘위고비’는 주성분이 모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로 동일하지만, 투약 주기가 다르다. 삭센다는 1일 1회, 위고비는 1주 1회만 투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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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주자들 역시 투약 주기를 더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은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비만 치료 후보 물질 ‘마리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암젠은 비만 또는 과체중인 성인 592명을 대상으로 한 마리타이드 임상 2상 결과 평균 14.5%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암젠은 임상 2상 결과를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임상 3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투약 주기를 늘리는 대신 먹는 방식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곳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63개라고 밝혔다.
화이자는 올해 7월 경구용 GLP-1 비만 치료 후보물질인 ‘다누글리프론’ 개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의 임상을 2상까지 진행했었지만 구역감 등 부작용 문제로 개발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1일 2회 복용을 1일 1회로 변경해 다시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항서제약이 경구용 비만 치료 후보물질인 ‘HRS-9531’을 개발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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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과 전혀 다른 접근법도 있다. 우리 몸은 들어오는 음식량이 적어지면 ‘비상사태’라고 인식해 몸에 영양분을 비축하기 시작한다. 자칫 살을 빼려다가 살이 찌기 쉬운 몸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들어오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약물을 찾아나섰다.
미국의 리버스파마슈티컬스가 개발 중인 ‘HU6’가 이에 해당한다. 몸속 세포에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여러 과정을 거쳐 생체 에너지인 ATP를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을 방해하는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이 있으면 에너지 대신 열을 생성해낸다. 에너지를 만들기는커녕 에너지를 쓰게 된다. 즉, 힘들이지 않고 운동하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리버스파마슈티컬스는 HU6의 임상 2상에서 복용 3개월 뒤 약 3.4kg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중 약 87%에 해당하는 2.95kg이 지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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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만료 2년 앞둔 위고비… 대상 질환 확대 등 대비책 모색
위고비
삭센다의 주요 물질인 리라글루타이드는 이미 특허가 만료돼 중국에서는 화동제약의 ‘릴루핑’, 베네매제약의 ‘페이수메이’ 등 2개의 바이오시밀러가 판매되고 있다. 인도에서도 글렌마크제약의 ‘리라핏’이 승인됐다. 리라핏의 가격은 하루에 약 100루피(약 1657원) 수준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70%가량 저렴하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노보노디스크는 기존 비만 치료제는 대상 질환(적응증)을 확대하고,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현재 위고비는 심혈관 질환, 심부전, 만성 콩팥병, 말초동맥질환,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알츠하이머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심혈관 질환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았다. 일라이릴리 역시 젭바운드의 적응증 확장을 위해 폐쇄성 무호흡증, 심혈관 질환, 심부전, NASH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