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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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감사는 건강검진과 같다”는 말을 늘 해왔다. 회계감사는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위한 기본인 만큼 이를 정확하게 밝혀야 하지만 정작 제대로 받지 않으려는 관행이 남아 있다. 이런 풍토 속에서 회계사는 자본시장의 곡예사처럼 줄타기를 해야 한다. 공인회계사는 회사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감사인으로서 소신 있게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직업이다. 문제를 밝혀 야기되는 고객 상실의 불안과 더불어 문제점을 간과함으로써 야기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과중한 책임과 감독 당국의 지나친 간섭은 회계 산업 선진화를 억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과잉 규제가 대표적이다. 회계법인에 대한 자체 인사, 자금 관리, 보상 체계 등까지 감시·관리하는 것은 월권이 될 수 있다. 감독 당국은 회계감사에 대한 감리를 넘어 세무, M&A, 경영, 인사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과잉 규제는 독립성 저해로 이어진다. 감독 기구와 회계 업계는 각자의 역할 분담 속에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수평적 협력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감사 결과 ‘적정의견’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적정의견을 받은 회사라고 해서 반드시 회사의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의 재무제표가 기업회계 기준에 맞게 작성됐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기업이 정확한 회계 처리를 기피하고 분식회계를 할 수밖에 없는 금융 및 세무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회계법인에 대한 강도 높은 사후 감리 실시로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감독 당국의 현행 감리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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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 오늘날 회계 투명성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시대적 요구 사항이다. 이를 위해 공인회계사는 최고 수준의 전문가적 역량과 윤리성으로 민간·공공 부문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과중한 책임, 감독 당국의 지나친 간섭이 회계 산업 선진화를 저해하고 있다. 현행 회계 제도 개선을 통해 회계사 권익 보호를 생각할 때다.
* 본 기고문은 동아일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 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