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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원내대표는 답정李” “위원장은 원로 아무나”… 제2당이 편한 與

입력 | 2024-04-24 23:57:00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이철규 의원. 뉴스1


국민의힘 내 친윤(친윤석열) 그룹을 중심으로 새 원내대표에는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의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도 잇달아 중진 의원과 당선인들을 만나면서 다음 주 원내대표 선거를 사실상 ‘답정이(답은 정해져 있다, 이철규)’로 만들어가는 기류가 보인다. 나아가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친윤 핵심 의원은 “원로 중에 아무나 한 분이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국민의힘 분위기를 보면 4·10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겪은 집권여당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한가하고 안이하기만 하다.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에 있다곤 하지만 그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사실상 ‘용산의 여의도출장소’ 역할을 했던 국민의힘의 책임이 적을 리 없다. 그런데도 자성과 변화의 노력은커녕 다시 친윤 원내대표를 통해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도로 친윤당’으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잘 통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총선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간 갈등 국면에선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한 전 위원장과 대립하기도 했다. 그런 이가 원내 사령탑을 맡는 국민의힘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 비대위원장도 4, 5선 이상의 중진 가운데 무난한 인사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만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원장이라지만, 다수의 친윤 세력에 얹혀 가는 비대위원장으론 변화를 이끌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치들, 특히 현행 ‘당원 투표 100%’ 전대 규칙 개정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른바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에 다가서기 위한 당의 근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친윤 세력의 위세가 계속된다면 그런 목소리도 어느덧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보수는 급진적 변화를 거부하면서도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웰빙 보수’ ‘꼰대 보수’에 머물면서 원내 제2당 처지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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