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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실전투자]유치권 있는 아파트, 실제 성립 여부 따져야

입력 | 2024-04-12 03:00:00

실제 점유 등 요건 갖춰져야 유치권
공사대금 채권은 유치권 인정되기도
보증금반환청구권 등은 인정 안 돼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


맞벌이 부부인 A 씨가 내 집 마련에 나섰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 소재한 아파트를 발견했다.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근저당권, 4순위 가압류, 5순위 경매개시결정 순이었다.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하는 권리로 보였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를 확인해 보니 건설사로부터 유치권 신고가 됐지만, 그 유치권의 성립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공시돼 있었다. 유치권이 붙어 있는 아파트를 매수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타인의 물건(부동산, 동산, 유가증권)을 점유하는 자가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유치권이다. 그런데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건을 적법하게 점유해야 한다. 또한 채권과 물건(부동산) 사이에 견련성, 즉 둘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부동산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은 견련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매매대금 채권, 보증금반환청구권, 권리금반환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은 견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게다가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여야 하고, 유치권을 배제한다는 특약 등이 없어야 한다.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으로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점유는 물건이 사회 통념상 사실적 지배에 속한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한다.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 점유뿐만 아니라 간접 점유도 인정된다. 점유자가 물건을 직접적으로 지배하거나 점유 보조자를 통하여 지배하는 것이 직접 점유이다. 간접 점유는 지상권, 전세권, 질권, 사용대차, 임대차 등의 관계로 타인으로 하여금 물건을 점유하게 한 자에게 인정된다. 간접 점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유자의 동의 ▽유치권자와 점유매개자 사이에 임대차계약 체결 ▽점유매개자(임차인 등)의 실제 점유가 있어야 한다.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해당 아파트의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에는 임차인은 없고, 소유자가 점유하고 있다는 내용만 있다. 게다가 유치권을 주장하는 그 어떠한 내용이나 표시도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유치권을 신고한 사람이 해당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치권 목적물의 직접 점유자가 채무자(소유자)이면 점유에 해당하지 않아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매개시결정등기 이후 점유를 이전받고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 점유자는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 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간혹 신축 아파트의 미납된 공사대금 채권에 대해서는 유치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해당 경매 물건의 아파트는 2002년 11월에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아파트다. 이후 아파트 소유권은 세 번이나 바뀐 상태다. 그러므로 아파트 신축에 따른 자체 공사비로도 볼 수 없다. 따라서 해당 경매 물건 아파트는 유치권은 성립할 수 없으므로 매수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