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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없는 주사기로 통증 없이 균일하게 약물 주입[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입력 | 2024-04-11 03:00:00

무통증 주사기
라메디텍, 레이저로 미세 구멍 만들어 채혈… 동시에 고온으로 주변 부위 살균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 강한 압력을 이용해 약물 분사… 제형에 따라 강도-속도 조절
메디허브, 정량-정속-정압으로 약물 주사… 과대 주입에 따른 의료사고 방지




‘무통증 주사’ 전도사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강민정 라메디텍 이사, 전진우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 대표, 염현철 메디허브 대표.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편안함과 치료의 안전을 높여주는 첨단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통증 주사’다.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 탓에 백신이나 항생제 접종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부 미용 분야에서도 피부 속 스킨부스터를 주입할 때 얼굴에 주사를 놓기 때문에 통증이 만만치 않다. 이런 통증을 최소화하는 의료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무통증 주사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통증 없이 레이저 채혈로 혈당 체크

혈당 체크 채혈기 ‘핸디레이 라이트’.

매일 3회 이상 혈당을 체크하는 당뇨병 환자라면 통증 없는 레이저 채혈기를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라메디텍의 레이저 채혈기 ‘핸디레이 라이트’는 매우 짧은 시간에 레이저로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채혈하는 방식이다. 피를 뽑는 것과 동시에 고온으로 주변 부위를 살균해준다. 통증도 거의 없다.

기존 채혈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금속 바늘 또는 칼날로 피부조직을 절개하거나 작은 구멍을 내 혈액을 채취한다. 이런 방식은 통증 및 공포감과 2차 감염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또 기존 채혈기는 1회용 바늘 란셋을 쓰는데 하루 3번, 1년간 채혈한다고 생각하면 레이저 채혈기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익이라는 게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무통증 레이저 채혈기를 이용하면 소량 채혈, 즉 말초혈액을 이용한 다양한 검사가 가능하다. 혈당, 당화혈색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검사 등에 주로 사용된다. 병원용과 개인이 휴대해서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제품으로 선보였다. 또 레이저 채혈기와 혈당기를 한 기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핸디레이 글루’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레이저로 바늘 없이 약물 주입

바늘 없이 액상 형태의 약물을 주입하는 ‘미라젯’.

레이저를 이용해 바늘 없이 다양한 액상 약물을 주입하는 ‘미라젯’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미라젯은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가 서울대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양산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레이저 유도 방식의 바늘 없는 약물 주입 기구다. 294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라는 특정 파장대의 레이저가 물과 만나면 순간적으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하는데 폭발력으로부터 나오는 강한 압력을 이용해 약물을 마이크로-젯 형태로 변환시켜 마하의 속도로 분사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의사가 시술 환경에 따라 바늘주사, 캐뉼라, 전용 인젝터 등을 활용해 약물을 주입했다. 그러나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정확한 피부층에 균일한 약물을 주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피부과 의료 미용 트렌드로 스킨부스터 시술이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스킨부스터들은 피부 진피층 안에서도 특정 층에 정확하게 주입을 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의 전진우 대표는 “미라젯은 환자의 피부 상태, 병변, 약물의 제형에 따라 강도 및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현재 피부과 의료 미용 트렌드에 아주 적합하다”며 “마이크로-젯 형태의 약물이 순간적으로 피부 안에 주입되면서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콜라겐 재생에도 효과를 낸다는 것이 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통증 해소 알고리즘으로 주사 통증을 줄여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인 디지털 무통마취기 ‘아이젝’.

‘환자는 안 아프게, 의사는 편리하게’라는 말을 구현한 주사제가 바로 메디허브의 무통증 주사기다. 메디허브는 환자의 주사 통증을 줄이고, 의사의 직업병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자동 주사기를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기존 수동 주사기는 의료진이 손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통증을 호소한다. 외국 논문에 따르면 주사 시 가장 아픈 부위는 구강(52.7%), 얼굴(21.7%) 순이다. 디지털 자동 주사기는 인체가 느낄 수 없는 정도의 통증 수준으로 정밀하게 약물을 정량, 정속, 정압으로 주사할 수 있다.

메디허브는 치과 마취주사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치과병원의 임상 연구 지원을 받아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디지털 무통마취기 ‘아이젝’을 출시했다. 현재 국내 전체 치과 중 약 20%가 메디허브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메디허브는 치과를 기반으로 성형, 피부, 소아과 등 주사 치료를 하는 의료 분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보톡스용 자동 주사기는 보톡스 주사량을 정량(0.05㏄) 주입할 수 있어 과소, 과대 주입에 따른 의료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주사 통증 또한 약 8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현철 메디허브 대표는 “의료 분야를 넘어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경우를 위한 무통증 자동 주사기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성장호르몬, 당뇨혈당조절제, 난임부부 배란유도 주사도 안 아프고 안전하게 주사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