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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300달러 돌파 역대최고… 인플레 ‘먹구름’

입력 | 2024-04-05 03:00:00

원유-원자재 가격도 연일 상승




금과 원유 등 원자재와 주식, 가상자산까지 주요 자산 가격이 다 함께 들썩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지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5%(33.2달러) 오른 온스당 23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4일 사상 처음으로 2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2300달러 선마저 넘어섰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도 연일 상승세다. 이날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대비 0.48%(0.43달러) 오른 89.35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이 올랐다. 구리(3.0%)와 알루미늄(2.1%)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급등하면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올해 처음 5,000 선을 돌파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연초 이후 9.9% 올랐고, 같은 기간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62.9% 폭등했다.




금-코인-농산물 ‘에브리싱 랠리’… 국내 투자 대기 33조 늘어


금 2300달러 돌파 역대 최고
금리인하 기대속 유동성 확대로
안전-위험 자산 이례적 동반상승
파월 “인플레 우려 금리인하 신중”
최근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지고 있는 건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 기조가 곧 종료될 거란 기대가 시장에 팽배한 가운데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지정학적 위기 등이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 가격이 오르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 가격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처럼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 원자재, 주식, 코인, 농산물 모두 오른다

안전자산 가격이 치솟는 주요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 달러와 대체 관계에 있는 안전자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인다. 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원자재 가격은 상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2분기(4∼6월) 연준의 금리인하를 염두에 두고 자산 가격들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주는 복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금 가격 상승에는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기가 안 좋을 때 개인들이 은행에 예치해 놨던 자금으로 모두 실물 금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모두 망가진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위안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금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경기 지표가 바닥을 찍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과 중동,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긴장감까지 고조되면서 원유 등 다른 원자재 가격들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 t당 1만 달러를 넘어서는가 하면 커피 원두 가격도 상승하면서 농산물 가격 역시 들썩이고 있다. 가상자산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연초 이후 63% 급등했고 미국과 일본 증시 역시 올 1분기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주요 자산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는 코로나19 관련 대규모 부양책 등을 거론하며 “예상보다 끈적한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주요 인사들도 과도하게 오른 자산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금리인하 신중론을 피력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인 2%로 지속해 둔화하고 있다는 더욱 큰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 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단기적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해 물가를 다시 자극하면 계획대로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하니까 매파적인 발언으로 이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 국내서도 투기성 수요 급증

자산 가격이 들썩이자 국내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안전하고 수익성이 낮은 자산에서 자금을 빼내 위험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904조7488억 원으로 2월 말(919조4705억 원)보다 14조7217억 원 줄었다. 이 같은 자금 이탈은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의 금리 매력이 떨어진 영향이다. 5대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주요 정기예금상품 금리는 연 3.45∼3.55%로 4%대 초반이었던 지난해 11월보다 크게 떨어졌다.

반면 언제든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은 급증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포함) 잔액은 3월 한 달 동안 614조2656억 원에서 647조8882억 원으로 33조6226억 원 급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의 증가는 그만큼 정기 예·적금 이자를 포기하고 그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산 가격이란 시장의 기대에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오버슈팅(단기 급등) 또는 거품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