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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데뷔전 안타… 바람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분다

입력 | 2024-03-30 01:40:00

MLB 샌프란시스코 미국내 개막전
상대 선발 다루빗슈에 중전안타
2루 도루 시도하다 아쉬운 견제사
샌디에이고 김하성, 1안타-1도루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29일 샌디에이고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국 내 개막전에서 5회 상대 선발 다루빗슈 유를 상대로 안타를 때리고 1루를 밟은 뒤 팔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MLB 데뷔전을 치른 이정후는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게티이미지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첫 경기부터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이정후와 4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도 올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정후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2024시즌 MLB 미국 내 개막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했다.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다루빗슈 유(38)를 상대로 처음 두 타석에서 각각 삼진과 1루수 직선타로 아웃된 이정후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이날 이정후는 1994년 첫걸음을 남긴 박찬호(은퇴) 이후 한국인 선수로는 27번째로 MLB 무대를 밟았다. 한국인 타자로는 12번째 MLB 데뷔였다. 한국인 타자가 MLB 데뷔전에서 안타를 때린 건 역대 5번째다.

이정후는 1-0으로 앞선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다루빗슈의 높은 싱커(시속 153km)를 받아쳐 중견수 글러브 바로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관중석에서 아들 이정후의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이종범 전 LG 코치는 안타를 확인한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소셜미디어에 한국어로 ‘메이저리그 첫 안타’라는 축하 글을 올렸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8년 만에 펫코파크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이 전 코치는 2006년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이정후는 다음 타자 호르헤 솔레르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다루빗슈의 견제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이정후의 첫 타점은 7회에 나왔다. 2-2 동점이던 7회초 1사 1, 3루에서 타석에 선 이정후는 일본프로야구 세이브왕 출신인 왼손 투수 마쓰이 유키(29)를 상대했다. 마쓰이의 폭투로 2, 3루가 된 상황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첫 안타와 첫 타점 모두 일본인 투수를 상대로 뽑아낸 것. 경기가 이대로 끝났으면 이정후의 결승타가 될 수 있었는데 샌프란시스코는 구원진이 7회말에 4점을 내주며 역전당하고 말았다. 경기는 샌디에이고의 6-4 승리로 끝났다.

이정후는 경기 후 “첫 안타를 쳤지만 곧바로 견제사를 당해 안타를 날린 기분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MLB 수준이 높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봅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뛰어난 왼손 투수 마쓰이를 상대로 7회 앞서 나가는 역전 타점을 올리는 등 데뷔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올해 MLB 공식 개막전이었던 LA 다저스와의 서울시리즈(20, 21일) 2연전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하성은 5회말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도루 1득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한 김하성은 “경기 시작 전까지 나만 타율이 제로였는데 안타를 하나 쳐서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두 팀은 4월 1일까지 4연전을 치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