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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고통 비니시우스 “축구 열망 줄어”

입력 | 2024-03-27 03:00:00

40분 기자회견 세 번이나 눈물
“내 얼굴 계속 보게할것” 극복 의지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26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피해에 대해 얘기하던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브라질축구협회 인스타그램


“나는 단지 축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브라질 축구대표팀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겪고 있는 인종차별을 눈물로 호소했다. 비니시우스는 스페인과의 A매치(국가대항전)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소속 팀(레알 마드리드)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데 집중하지만 때로는 불가능할 때도 있다. 경기를 향한 열망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비니시우스는 이날 40분 가량의 기자회견 동안 세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의 하나로 성사된 이번 경기엔 ‘하나의 피부, 하나의 정체성’이란 슬로건이 걸렸다.

2018년부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비니시우스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당했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스페인 검찰에 신고한 사례만 10건에 이른다. 이달 14일엔 레알 마드리드의 지역 라이벌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이 “비니시우스 침팬지”라고 외치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1월엔 남성 4명이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인근 다리에 비니시우스의 유니폼을 입힌 인형을 매달기도 했다.

비니시우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는 “내가 클럽(레알 마드리드)을 떠나는 건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원하는 걸 이뤄주는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클럽에 남아 그들이 계속 내 얼굴을 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니시우스는 이달 3일 발렌시아와의 프리메라리가 방문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주먹을 하늘로 내뻗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 시상대에서 보여줬던 인종차별 항의 퍼포먼스를 재현한 것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