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연구보고서 2018∼2022년 생태 변화 조사… 산굴뚝나비 고지대로 이동 확인 멸종된 담흑부전 나비 발견 성과… 남방계-북방계 개체 공존해 관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소속 연구원 등이 한라산국립공원 깃대종인 산굴뚝나비를 비롯해 고지대에 분포하는 나비를 조사하고 있다. 나비는 기후와 서식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생태계 변화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한라산 나비군집의 시공간적 변화 연구’ 논문을 게재한 제23호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연구는 한라산 영실탐방로 입구(해발 1280m)에서 백록담 정상(1947m)까지 9개 지점을 선정한 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나비 분포를 조사했다.
한라산에서 관찰된 나비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산굴뚝나비, 산꼬마부전나비, 가락지나비, 조흰뱀눈나비. 좌명은 씨 제공
제주학회가 발간하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학술지인 ‘제주도연구’에는 최근 ‘제주도 나비의 고도별 분포와 군집에 관한 연구’가 실렸다. 이 연구는 해발 0m에서부터 한라산 1900m까지를 4개 구간으로 나누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1회에 걸쳐 조사한 내용과 분석 결과를 수록했다.
이 조사에서 확인된 나비는 65종 3만6179마리로 나타났으며 해발 고도별로는 450∼750m에서 가장 많은 50종이 출현했다. 월별로는 7월에 59종을 확인했으며 출현 개체 수로는 8월 8634마리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제주에서 멸종한 것으로 기록된 담흑부전나비를 한라산 중턱 초지대에서 관찰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산꼬마부전나비, 조흰뱀눈나비 등이 이전보다 높은 해발 1500m로 서식지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했다.
제주는 남방계 나비가 해풍에 의해 유입되는 길목인 동시에 북방계 나비가 한라산 고지대에 남아있는 독특한 지역으로 나비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산굴뚝나비 등 10종의 북방계 나비는 오래전 한랭한 피난처를 찾아 한라산 고지대로 이동했다가 격리된 유존종(遺存種·과거 넓게 분포했지만 현재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존하는 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산굴뚝나비, 가락지나비, 산꼬마부전나비는 남한에서 한라산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 분포하는 나비는 석 선생이 66종을 보고한 뒤 여러 학자가 조사를 진행했는데 신뢰할 만한 자료는 주흥재 전 경희의료원장(1936∼2022) 등이 2002년 발표한 91종으로 평가받는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2021년 발간한 ‘제주도 나비와 문화’에서 이전 91종에 뾰족부전나비와 소철꼬리부전나비를 더해 제주 분포 나비를 93종으로 정리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