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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새 이름 얻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입력 | 2024-03-06 03:00:00

■ ‘천전리 각석’서 명칭 변경
바위에 각종 그림-글자 새겨져… ‘암각화’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도전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반구천의 암각화로 등재 신청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이름이 변경되는 울산 울주군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 울산시 제공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의 생활과 사상 등을 엿볼 수 있는 국보 147호인 울산 울주군 천전리 각석의 이름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바뀐다. 세계유산위원회 심사가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울산시는 기대한다.

4일 울주군 태화강의 물줄기인 대곡천 중류 기슭에 자리 잡은 천전리 각석. 위에서 아래로 약간 기운 너비 9.5m, 높이 2.7m 크기의 바위 면에는 신비스러운 기하학적 무늬를 비롯해 사슴, 반인반수(머리는 사람, 몸은 동물인 형상), 배, 기마행렬도 등이 새겨져 있었다.

신라시대 왕과 왕비가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내용의 글자도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각석 아래쪽에는 글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흐릿하게라도 확인되는 글자는 300자 정도였다. 문화 해설사는 “애초 800자 정도였던 것으로 학계는 추정한다”면서 “오랜 풍화와 훼손을 겪은 것으로 연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글자는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년)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신라의 관직명과 조직 체계도 나타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각석은 1970년 12월 동국대 박물관 학술조사단이 처음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3년 뒤인 1973년 국보로 지정됐다. 국보 지정 당시에는 기하학적 문양 등이 표현된 암각화보다 제작 시기와 내용이 명확한 신라시대 명문이 학술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각석’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그러나 조사와 연구가 진행되면서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명칭인 ‘암각화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실제 국내 약 30곳의 암각화 유적 중 ‘암각화’가 아닌 ‘각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유적은 천전리가 유일하다.

이에 울산시는 지난해 6월 울산시 문화재위원회와 울주 천전리 각석 명칭 변경을 위한 학술 토론회를 개최하고 학계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청에 명칭 변경을 신청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8월 현지 조사에 이어 지난달 열린 심의에서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울산시는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또 다른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한데 묶어 세계유산 등재를 노리고 있다. 두 국보는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가 제출된 상태다. 반구천은 대곡천의 옛 이름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달부터 현장 실사와 패널 심사 등 등재신청서 평가를 진행하며, 등재 여부는 내년 7월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울산시는 두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올리는 것과 함께 대곡천 일대를 선사 문화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시는 우선 470억 원을 들여 반구대세계암각화센터를 건립한다. 한반도 최초의 활쏘기 그림이 새겨져 있는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세계 활쏘기 대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 반구천의 암각화 특징을 더 정확하고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