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팀 박지원. /뉴스1 DB
그러나 박지원은 지금의 성공 가도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빛을 보지 못했던 시기와 마찬가지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후회 없이 준비했다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신념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원은 지난달 마무리된 2023-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남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크리스털 글로브’의 초대 수상자가 됐던 박지원은 2시즌 연속 우승으로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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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지원의 활약은 2시즌 째 이어졌다. 세계 강자들이 대부분 출전했고, 내부적으로도 황대헌과의 경쟁이 불가피했지만, 박지원은 정상을 지켰다. 이제는 누구도 이견을 내기 어려운 명실상부한 ‘최강자’다.
최근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만난 박지원은 “2년 연속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면서 “나 자신에게도 고맙고,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이것을 계기로 또 다음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 시즌 3차 대회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아니었다. 1차 대회 1000m 우승을 하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이후 좀처럼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대표팀 동료 황대헌, 김건우(스포츠토토)와 경기 도중 엉켜 넘어지는 등 불운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박지원은 홈에서 열린 4차 대회부터 힘을 냈다. 1500m 금메달로 순위를 끌어올린 그는 대회 직후 “축구로 치면 이제 후반 15분쯤 됐다. 역전할 상황이 됐다”며 월드컵 우승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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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박지원이 2월29일 열린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넥스트크리에이티브 제공)
황대헌, 김건우와의 내부 경쟁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였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 선수에게 경쟁은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아주 좋은 요소”라면서 “경기에서도, 경기 전 훈련에서도 경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러면서 더 좋은 기록과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쇼트트랙 박지원.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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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힌 만큼 이제는 ‘올림픽’에 욕심을 낼 법하지만, 박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쇼트트랙 박지원. /뉴스1 DB
이어 “올림픽에서의 두 차례 실패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큰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가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 실패에서 남들이 하지 못한 많은 경험을 했고, 깨달음을 얻은 것이 올림픽 경험만큼이나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뉴스1 DB
박지원은 “후배들이 내 좋은 모습만 잘 보고 훈련했으면 좋겠다”면서 “나이가 들어도 잘 관리하고 열심히 훈련하면 전혀 뒤처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나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경기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후회 없이 준비했다면 아쉬움은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