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김형실·조 트린지 이어 감독 대행 임명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을 이끌던 조 트린지(미국) 감독이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이 코치는 연이은 감독의 불명예 퇴진으로 3번째 대행직을 수행하게 됐다.
지난해 6월 페퍼저축은행 사령탑에 앉은 트린지 감독은 한 시즌도 완주하지 못한 채 옷을 벗었다. 그해 11월15일 한국도로공사전부터 지난 20일 흥국생명전까지 23연패를 당하며 역대 여자부 최다 연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단 내 괴롭힘 사건까지 터졌다. 한국배구연맹은 27일 베테랑 오지영이 후배 선수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격정지 1년 중징계를 내렸다.
이 코치는 개인 통산 3번째로 감독 대행직을 수행하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지도자 생활은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그는 한양대 시절 정상급 공격수였다. 큰 키(1m96㎝)와 긴 팔로 내리꽂는 스파이크가 일품이었다. 리시브 등 수비력도 수준급이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주포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프로에서도 이 코치는 두각을 드러냈다. 11시즌 동안 개인 통산 3841득점을 기록했다. 프로배구 V-리그 1호 트리플크라운(후위 공격·서브·블로킹 3개 이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1년에는 V-리그 남자부 최초로 3000득점을 돌파했다.
KB손해보험의 전신인 LG화재에 2002년 입단해 2015년까지 한 팀에서만 뛰었지만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5년 허리와 발목 부상으로 은퇴했고 이후 대표팀 트레이너, 유소년 팀 코치를 거쳤다.
이후 시련이 시작됐다. 2021년 2월 이상열 당시 KB손해보험 감독이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를 구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 속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 코치는 이상열 감독을 대신해 처음으로 감독 대행을 맡았고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OK금융그룹에 패해 시즌을 마감했다.
그해 창단한 여자부 페퍼저축은행 코치로 합류했지만 신생팀인 페퍼는 첫 시즌인 2021~2022시즌에 부진을 거듭하며 3승28패에 그쳤다. 2022~2023시즌 개막 후에도 10연패로 부진하자 김형실 당시 감독이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또 감독 대행이 된 이 코치는 2023년 2월까지 팀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구단이 미국 출신 아헨 킴 감독에게 다음 시즌 지휘봉을 맡기겠다고 발표해 실망할 법도 했지만 이 코치는 이후에도 선수들을 추슬러 시즌 종료 때 5승31패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남겼다.
기대 속에 부임한 아헨 킴 감독이 가족 문제를 이유로 부임 4개월 만인 2023년 6월 돌연 사임하자 이 코치가 팀 훈련을 떠맡았다. 1주일 뒤 구단은 미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이력이 있는 조 트린지 감독을 선임했다.
거듭되는 사령탑 불명예 퇴진 속에 이 코치의 감독 대행 경력만 쌓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코치의 친정팀인 남자부 KB손해보험 감독직이 이달 중순 후인정 감독 사퇴 후 공석이다. 이 코치가 언제쯤 감독 대행 딱지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