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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법 리스크’에 기부자 22만명 급감

입력 | 2024-02-22 03:00:00

FT “기소 피로감-거액 기부자 외면
바이든 모금액에 큰 차이로 뒤져”



미국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나흘 앞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이 폭스뉴스 행사에서 진행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린빌=AP 뉴시스


미국 야당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2020년 대선에 비해 20만 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금액 규모도 11월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적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는 약 51만6000명의 기부자가 모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직하며 2020년 대선을 준비하던 2019년 12월 74만 명보다 22만여 명이 줄어든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 팩에는 지난해 12월까지 47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단순 기부자 수치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만여 명 앞섰지만 모금액에서는 큰 차이로 뒤졌다. FT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2억3000만 달러(약 3069억 원)를 모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억8900만 달러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금 약세는 잇단 형사 기소·민사 소송으로 인한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불안감이 주원인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전략가인 에릭 윌슨은 “기부자들이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주요 ‘전주(錢主)’들이 공화당의 또 다른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를 더 선호한다는 점도 모금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FT는 “트럼프가 기소 당시 선보였던 ‘머그샷’ 굿즈 등으로 2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자를 끌어모으긴 했지만 ‘큰손’들은 헤일리를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아직 (선거자금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며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됐을 때 기부자들을 얼마나 빨리 다시 모을 수 있느냐가 본선에서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