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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공포’ 中, 금리 0.25%P 깜짝 인하

입력 | 2024-02-21 03:00:00

시장 예상 뛰어넘은 최대폭 인하
디플레이션 우려 심각성 반증
韓-美 등 겨냥 ‘저가 공세’ 이어질듯
FT “美, 中 과잉생산 세계 충격 우려”



중국 수도 베이징 도심에 있는 중앙은행 ‘런민은행’의 전경. 베이징=AP 뉴시스


중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최근 예금 지급준비율을 낮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를 전격 낮추면서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격적인 금리 인하는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경기 둔화 위협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국의 이런 경제 상황은 한국 등 다른 나라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데다, 중국 기업들이 침체된 자국 내수 시장 대신에 해외 시장을 겨냥해 헐값에 상품을 밀어내면서 한국 등 이웃 나라의 유통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 中, 디플레 대응 위해 전격 금리 인하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연 4.20%에서 연 3.95%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1년 만기 LPR은 연 3.45%로 그대로 유지했다. 중국에서 LPR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1년 만기는 일반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낮춘 건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1년 만기 금리만 0.1%포인트 낮췄다. 주택담보대출과 직결된 5년 만기 금리 인하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3.95%(5년 만기)는 중국이 LPR 제도를 도입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한번에 0.25%포인트를 내린 것도 역대 최대 폭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조치였지만 그 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초 로이터통신은 시장전문가 설문을 통해 중국의 금리 인하 폭을 0.15%포인트로 전망했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에 대해 “모기지 비용을 낮춰 부동산 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앞서 5일 예금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시장에 약 1조 위안(약 188조 원)을 공급한 바 있다.



● 한국 등에 ‘저가 공세’ 지속될 듯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 카드를 내놓은 것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매우 심각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ID) 경제전망실장은 “중국이 금리 인하라는 경기 부양책을 꺼내든 건 중국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수요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에선 경쟁 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의 저가 상품이 국내 유통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마켓·쿠팡·11번가·SSG닷컴(쓱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앞서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에서 국내 판매자가 역차별받지 않도록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값싼 중국산 상품 수출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전 세계 시장에 싼값으로 덤핑 수출해 자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완화하려고 하면 동맹국들과 함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 섐보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FT에 “수요 창출보다 공급에 더 초점을 맞춘 중국의 산업지원정책과 거시정책이 중국의 과잉 생산을 조장하고 세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