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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사법농단’ 1심 집행유예… 재판 개입-판사 블랙리스트 무죄

입력 | 2024-02-06 03:00:00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5·사법연수원 16기·사진)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사법 농단 사건으로 유죄가 선고된 3명 중 가장 높은 형이 선고됐지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재판 개입과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 핵심 혐의는 무죄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1부(부장판사 김현순)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해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과 청와대를 지원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2018년 11월 검찰이 구속 기소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관련 법원 결정의 문제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의 ‘재판 청탁’ 사건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 중인 사건을 심의관에게 검토하도록 한 것은 재판 윤리에도 반하는 것일뿐더러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혐의인 강제징용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법원은 “임 전 차장의 지시는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고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법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준 혐의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14명 모두 재판개입 혐의 무죄… 법원 “실체 사라져”

사법농단 혐의 법관 14명 1심 마무리
“사법공정성 대한 국민 신뢰 해쳐”… 핵심 임종헌 직권남용 일부 유죄
기소 14명중 3명만 1, 2심서 유죄
‘檢의 무리한 기소’ 피하기 힘들듯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사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 개입하는 등 재판을 ‘로비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 “엄중 책임” 물었지만 핵심 혐의는 무죄
5일 1심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을 가진 법관이 다시는 피고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법원 구성원들에게도 커다란 자괴감과 실망감을 안겼다”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임 전 차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공보관실 예산을 위법하게 사용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했다는 핵심 혐의에 대해선 “개입할 직권이 없거나,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재판 거래 등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나 목적으로 심의관들에게 부적절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수많은 검사가 투입돼 공소사실이 약 300쪽으로 정리되는 동안 ‘사법 농단’ 의혹 대부분은 실체가 사라진 채 행정처 심의관에게 부적절한 지시를 한 혐의만 남게 됐다”며 “(검찰이 기소한) 이런 혐의도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사법 농단’ 혐의 대부분이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 ‘양승태 사건 재판부’와도 다른 판단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1부(부장판사 이종민)가 지난달 26일 1심 판결을 내리면서 임 전 차장을 유죄 취지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형사합의 35-1부는 사법행정에 비협조적인 법관 연구모임을 와해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혐의에 대해 “임 전 차장이 법관들로 하여금 연구회를 탈퇴하도록 한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지만, 임 전 차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법관의 중복가입 방지 규정은 유효한 행위”라며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된 범행들도 임 전 차장이 단독으로 저질렀거나, 예산에 관한 범행들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임 전 차장)이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오랜 기간 질타의 대상이 됐고 5년 동안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사회적 형벌을 받은 점, 500일 넘게 구금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14명 중 3명만 1, 2심서 유죄
이날 판결로 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법관 14명 가운데 임 전 차장 등 3명만 1심 또는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양 전 대법원장 등 11명은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상태여서 검찰은 무리한 기소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2022년 4월 무죄가 확정됐고, 같은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등 5명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1심에서 47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022년 1월 항소심에서 벌금 1500만 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은 상태다. 이들이 상고하면서 현재 대법원이 심리를 진행 중이라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1명도 없다. 특히 사법농단 사태의 뼈대를 이루는 ‘재판 개입’ 의혹의 경우 14명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판결의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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