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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한국 김” 해외바이어 줄섰다

입력 | 2024-01-24 03:00:00

서천에 ‘국제 마른김 거래소’ 열어
“시세 불명확” 지적에 입찰 체계화
상담뒤 20억원 계약 바로 체결도



충남 서천군에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국제 마른김 거래소’를 23일 찾은 해외 바이어가 마른김을 들고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전날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마른김 거래소에는 이틀 동안 50여 명의 해외 바이어가 방문해 첫 계약이 성사됐다. 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이게 말로만 듣던 한국 김입니까? 러시아에서 맛본 일본 김보다 훨씬 부드럽고 고소하네요.”

23일 충남 서천군 수산식품 산업 거점 단지에 문을 연 ‘국제 마른김 거래소’에서 한 해외 바이어가 김 시식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이 바이어는 “이 정도 품질이라면 충남산 김이 국제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국내 최초로 서천군에 문을 연 ‘국제 마른김 거래소’는 22일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개소식 당일 서천김산업화사업단 주관으로 8개국에서 30여 명을 초청했고, 23일에도 해외 바이어 20여 명의 발길이 이어져 이날엔 첫 계약이 성사됐다.

러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온 해외 바이어들은 이날 손희자 충남김수협 전무와 상담을 진행한 뒤 한 바이어가 20억 원 규모의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서병관 충남김수협 대리는 “국가마다 김 활용법은 다양하다”며 “러시아는 현지에 일식당이 많아 일본 김밥 재료에 사용되며 최근 동남아 지역은 한국 분식이 유행하고 있어 김을 많이 찾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김 주산지 중 한 곳인 서천 김은 최근 해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었다. 다만 해외 바이어들이 김 생산 업체를 개별적으로 방문해 계약을 맺다 보니 시세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고 한다. 일본과 중국에선 거래소에서 입찰 시스템으로 계약을 진행하는데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 보니 국내를 찾은 해외 바이어들이 불편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일부 생산 업체도 고품질의 상품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충남도와 서천군은 지난해 해양수산부 김산업진흥구역 공모사업에 지원해 국비 50억 원을 확보하고 4억4500만 원을 투입해 거래소를 조성했다. 충남도는 해외 바이어가 상품을 한자리에서 모두 보고 현장에서 입찰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고품질의 김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른김 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3년간 1년에 4차례 바이어를 초청해 거래소를 운영한 뒤 거래가 안정화되면 상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라며 “5년 동안 8000만 달러(약 1066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을 생산하는 어민들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생산업자 김인태 씨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김이 좀 더 쉽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거래소가 활발하게 운영되면 어민 입장에서도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충남의 대표 수산식품인 김 수출액은 지난해 조미김 1억1640만 달러(약 1551억 원), 마른김 5531만 달러(약 737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