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 5개 들었던 핫도그 1개 사라져… 일부 제품은 용량 감소 안 알려… 소비자 “사기 당한 기분” 분통 공정위, 용량 변화 표기 의무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수입 냉동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2023.12.12/뉴스1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37개 제품이 가격은 그대로 뒀으나 중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조사는 소비자들에게 중량 변경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사실상 ‘꼼수 인상’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소비자원은 13일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등록된 가공식품과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접수된 식품 등 272개 식품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제품 용량 변화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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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에 따르면 호올스를 판매하는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은 용량 감소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우유 체다치즈도 400g짜리 제품이 360g으로 줄었지만, 별도 안내가 없었다. 소비자원 측은 “일부 제조사는 용량 변경은 인정했지만 포장재, 레시피 등이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가격 변경에 비해 용량 변동에 덜 민감하고,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사실을 알 수 없다. 주요 성분을 줄이는 스킴프플레이션(skimpflation), 묶음 상품을 비싸게 파는 ‘번들플레이션(bundleflation)’과 함께 소비자 혼란을 일으키는 눈속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꼼수 인상’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사가 용량을 줄일 경우 제품 포장지에 ‘변경 전 용량→ 변경 후 용량’을 표기하도록 했다. 주요 생필품의 용량이나 규격, 성분을 바꿀 때 포장이나 홈페이지 등에 변경 수치를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한 것.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자 부당행위’가 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소비자원은 내년부터는 용량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변동 사실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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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가격을 올리지 않고 크기나 중량을 줄여 가격 인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