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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네덜란드 ‘반도체 2나노 기술동맹’

입력 | 2023-12-13 03:00:00

[尹대통령 네덜란드 국빈 방문]
尹대통령, 이재용-최태원 회장과
핵심장비社 네덜란드 ASML 방문
외국정상에 ‘클린룸’ 공개는 처음



ASML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펠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기업 ASML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윤 대통령,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ASML은 세계 유일의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이다. 윤 대통령은 이 회장, 최 회장과 함께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핵심 시설인 ‘클린룸’을 둘러봤다. 펠트호번=뉴시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세계 유일의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인 ASML 본사의 ‘클린룸’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기술력을 갖춘 ASML의 노광장비를 시찰했다.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2nm 기술 우위를 차지할 경우 660조 원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만의 TSMC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는 2nm 기술 추격을 위해 대통령과 핵심 반도체 기업 총수들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이 회장, 최 회장과 함께 펠트호번에 있는 ASML을 방문해 “반도체 산업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해외 순방에서 윤 대통령의 첫 기업 방문이자, 굴지의 기술력을 확보해 ‘슈퍼 을’로 불리는 ASML의 핵심 시설이 외국 정상에게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이제 막 3nm 경쟁에 들어갔다”며 “2nm 공정을 할 수 있는 장비를 누군가가 차지한다면 굉장히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소재, 장비 주도국인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을 맺은 뒤 한국이 ASML 핵심 장비를 선점할 경우 ‘게임체인저’인 2nm 기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11일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협력은 이제 ‘반도체 동맹’으로 관계가 격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SML과 공동으로 1조 원을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센터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초미세 제조 공정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 개발 MOU를 체결했다. 한-네덜란드 정부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를 체결하고 미래 반도체 인력을 함께 양성하기로 했다.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반도체 회로의 선폭이 2nm라는 의미.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해 수율이 좋아진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이미 3nm 공정 제품 양산에 성공했고, 현재 2nm 경쟁을 벌이고 있다.



尹, 이재용-최태원과 ‘반도체 게임체인저’ ASML 2나노 장비 시찰



국빈 환영식 후 ASML 본사 직행
ASML, 핵심시설 ‘클린룸’ 첫 공개
“반도체 동맹으로 장비 조달 이점”
韓-네덜란드 “미래 인재 함께 육성”

네덜란드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오후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현지 동포들을 초청해 만찬 간담회를 열고 격려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협력은 이제 ‘반도체 동맹’으로 관계가 격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뉴시스

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국빈 공식 환영식과 친교 오찬 이후 곧바로 방문한 곳은 암스테르담에서 차량으로 왕복 4시간 거리인 반도체 기업 ASML 본사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슈퍼을’이라 불리는 ASML의 중요성을 대통령도 재계 총수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특히 한국 미국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최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인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기술 경쟁을 시작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기업 총수가 ASML 핵심 시설을 방문한 것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2nm’에 대한 기술 추격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로 향하던 전용기 안에서도 참모들과 ‘반도체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절반인 1시간가량은 반도체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순방이 한마디로 ‘반도체 순방’으로 불리는 이유다.



● 尹에 ‘게임체인저’ 2nm 공정 노광장비 공개


윤 대통령은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이 회장, 최 회장과 함께 펠트호번에 있는 ASML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ASML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반도체 웨이퍼에 직접 서명했다.

윤 대통령은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핵심 시설인 ‘클린룸’을 시찰했다. 이 회장, 최 회장과 함께 2nm 공정까지 가능한 극자외선 노광장비도 시찰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nm다. 이미 시작된 세계 기업 간 2nm 경쟁에서 대만 기업인 TSMC가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술 추격 의지를 드러낸 것. 클린룸은 지금까지 전체 모습이 공개된 적 없는 차세대 EUV 생산 현장으로, 윤 대통령 방문에 맞춰 처음 공개됐다.

n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며,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2nm는 660조 원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특히 2nm 기반 반도체 양산에는 ASML의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애퍼처(하이NA)’가 필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2nm 부문에서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우세한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인텔이 격차를 좁힐 기회가 있다는 기대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으로 전보다 더 유연하게 우리나라가 장비(EUV)를 조달하는 데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ASML이 선도한 기술혁신이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ASML, ASM 등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에 생산, 연구개발(R&D), 인재 양성을 위한 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해 온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상 주제로 열린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한-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이 끈끈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반도체 산업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노광장비), ASM(네덜란드·증착장비), Zeiss(독일·광학시스템), IMEC(벨기에·반도체 연구기관)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 한-네덜란드, 미래 반도체 인재 함께 키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SML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더해 양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미래 반도체 인재를 함께 양성하기로 한 것. 우리 측에서는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성균관대 등 3개 반도체특성화 대학원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에인트호번 공대에서 반도체 석학의 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특강을 수강하고, 업계 난제를 해결하는 ‘반도체 솔버톤’에 참여한다. 박춘섭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인재를 같이 키우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진정한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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