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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예일대 개교 323년만에 한국학 개설… 고려대와 학술교류

입력 | 2023-11-21 03:00:00

[예일대, 한국학 전공 개설]
예일대 학생 한국어 강의 몰리자… 내년 2학기 한국학 전공 열기로
‘1회 고려대-예일대 포럼’ 열기 후끈… K팝-드라마 생태계 질문 쏟아져
韓美 명문 사학 교류, 한류가 불지펴



김동원 고려대 총장(오른쪽)이 13일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예일대 총장 집무실에서 피터 샐러베이 총장에게 고려대 박물관 도록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예일대 제공


《美예일대, 내년 한국학 전공 개설… 고려대와 학술교류 정례화

미국 예일대 동아시아학과에 내년 가을 한국학 세부 전공이 개설된다. 예일대가 1701년 개교한 이후 323년 만이다. 한국어를 수강하는 예일대 학생은 최근 6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BTS로 상징되는 케이팝, 한류의 영향이 크다. 예일대는 한국과의 학술 교류를 늘리기 위해 고려대와 손잡고 인문사회·첨단과학 등 분야의 연구·교육 협력을 강화한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13일 미국에서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을 만났다.》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도 언젠가 인공지능(AI)이 만든 콘텐츠로 대체될 수 있을까요?”(예일대 학생)

“AI 시대에도 여전히 고급 통역에 대한 수요는 있습니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이지요.”(김동원 고려대 총장)

13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노사관계 전문가인 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미국 예일대 헨리 R 루스홀 강당에서 ‘AI 시대 노동과 기술’을 주제로 40분간 특별 강연을 하자 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 김 총장은 답변하며 “AI가 차이콥스키와 같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고려대 한류 포럼에 몰려온 예일대생들

13, 14일 이틀간 예일대에서 한류를 주제로 학술 교류 행사인 ‘제1회 고려대-예일대 포럼’이 개최됐다. 고려대와 예일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 현대자동차가 재정 지원한 이 포럼에서 한국 문화 전문가인 고려대 미디어학부 박지훈, 신혜린 교수는 각각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위기와 기회, 한국 드라마 ‘모범택시2’에서 나타난 복수의 탈식민화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번 포럼은 예일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준비한 한국 관련 학술·문화 행사인 ‘예일코리아위크(Yale Korea Week)’에 열려 의미가 크다고 예일대 측은 밝혔다. 한국 대학 중 고려대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뉴스를 보면 사법 체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강한데, 그런 정서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건가요?” 예일대 학생들은 문화 영역을 넘어 사회학적인 분석을 요구하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 예일대 동아시아학과 4학년 코리 던 씨는 “일본학을 하려다 한국이 좋아 한국 젠더 문제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K팝과 K드라마에 대한 한국 학자들의 분석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예일코리아위크에는 양 대학 교수, 학생 등 총 300명이 참석했다. 김환수 예일대 동아시아학연구소장은 “학자들이 이젠 한국학이 살아야 일본학, 중국학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며 “이번 행사는 그런 인식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설명했다.



● 예일대 “한국학 개설, 다른 美 명문대도 늘 것”

예일대는 내년 2학기 동아시아학과에 한국학 세부 전공을 개설한다. 1701년 개교한 이후 323년 만이다. 그동안 동아시아학과 학생들은 일본학, 중국학 중에서만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김 소장이 2018년 예일대의 첫 한국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그나마 한국 종교, 북한 관련 수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예일대는 올해 어경희 동아시아학과 교수까지 5년 새 총 4명의 한국학 교수를 뽑았다. 미국 주요 명문대 중 한국학과가 있는 곳은 1981년 이를 개설한 하버드대를 비롯해 컬럼비아대, 스탠퍼드대 등이다. 예일대 관계자는 “다른 미국 명문대도 한국학 개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예일대가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예일대에 따르면 한국어 강의를 듣는 학생 수는 2017년 82명에서 올해 184명으로 6년 새 2배 넘는 규모로 늘었다. 예일대는 학부와 대학원생 모두 의무적으로 언어 강좌를 3학기 이상 들어야 한다. 한국어 수강생 수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영어 수화에 이어 다섯 번째다. 지역학 전공으로 개설되지 않은 나라의 언어 수강생이 급증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 고려대-예일대 대학원생 교류도 기대

이런 기류 속에서 예일대는 고려대와 손잡고 전 학문 분야에 걸쳐 연구·교육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다. 한류가 양국을 대표하는 명문사학 학술 교류의 촉매가 된 셈이다. 예일대 국제처는 올 3월 고려대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고려대 역시 해외 유수 대학과의 학술 교류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이라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두 학교 모두 자국 내에서 전통이 깊고 인문·사회·법학 등 분야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년에는 고려대 서울 안암캠퍼스에서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양교 공동 포럼이 개최된다. 김 총장은 “기후위기나 국제관계 등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대학이 힘을 보태려면 국경을 넘나드는 대학 간 교류가 중요하다”며 “양자컴퓨터 개발과 같은 연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첨단과학과 상경계 등 학문 분야의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은 재임 기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발전에 힘써 왔다. 고려대는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유수 기업과 협력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계약을 맺고 특정 분야 전공을 개설해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를 말한다. 신지웅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앞서 나가는 한국 기업이 많기 때문에 협력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구자들로서는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헤이븐=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