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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전기차는 계속 세금을 피할 수 있을까

입력 | 2023-10-12 23:36:00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죽음은 몰라도 세금은 안 내거나 덜 내는 절세 전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동차에 엮인 세금은 어떨까. 현재로서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를 타면서 세금을 줄이는 길이 열려 있다.

김도형 기자

차는 구입할 때는 물론이고 보유하면서도 계속 세금을 내야 한다. 차를 살 때 우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내고 이 차를 등록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취득세를 낸다. 부가가치세야 모든 상품에 따라붙는 세금이라 하더라도 차 가격의 5%, 7%씩에 이르는 개별소비세와 취득세는 작지 않은 부담이다. 여기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해마다 자동차세와 자동차교육세도 내야 한다. 차를 부동산처럼 일종의 재산으로 취급하는 것인데 엔진 배기량이 2L인 승용차라면 연간 50만 원가량을 납부하게 된다.

반면 친환경차는 이런저런 세금으로부터 꽤나 자유롭다. 배기량을 계산할 수 없는 전기차는 자동차세를 연 10만 원만 내면 된다. 개별소비세는 사실상 면제되고 취득세도 대폭 감면받는다.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세금까지 할인해주는 것이다.

자동차 세금에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연료에 매기는 세금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로 구성된 유류세가 이미 포함돼 있다. 내연기관차 소유자는 주유소 갈 때마다 세금을 내는 것이다.

비싼 기름값 때문에 유류세를 25∼37%나 내려준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휘발유 1L에는 615원의 유류세가 녹아 있다. L당 1800원인 휘발유 9만 원어치를 주유했다면 3만 원 넘는 유류세를 내는 셈인데 전기차 충전요금에는 이런 세금이 없다.

이런 혜택들은 전기차가 차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11조 원을 넘게 걷었다. 그리고 이렇게 걷은 세금을 도로 유지·보수 등에 쓰고 있다. 전기차라고 도로 위를 떠다니는 것이 아닌데 왜 내연기관차 이용자만 도로 유지비를 부담해야 하냐고 따져 물으면 이를 반박할 논리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최근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을 열고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라고 권고한 일도 이런 미래를 예고한다. 전기차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 결국 공정 과세의 원칙을 해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여긴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세금 문제에서 정부는 권리가 될 때까지 호의를 베풀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전기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혜택은 내년 말까지의 한시 규정으로 운영 중이다. 정부의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매년 따박따박 걷히던 유류세가 전기차 때문에 실제로 줄어드는 상황까지 벌어지면 어떨까. 수송용 전기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