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관리 부실] 오늘 정신건강의 날… 중증 정신질환자 가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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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으로 입원한 정신질환자 10명 중 7명은 가족에 의해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 규정된 보호의무자 제도 때문인데 이를 두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신질환자 입원 및 치료 책임을 가족에게 미루면서 치료 공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발생한 흉기난동에서 볼 수 있듯이 정신질환자의 치료 공백은 자칫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국가와 지자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출동한 경찰도 ‘보호의무자’ 있으면 손 놔
동아일보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중증 정신질환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가족들은 “정부에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정신질환자를 법원 판단으로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보호의무자 제도를 개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광고 로드중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이 보호의무자에게 “정신질환자의 치료 및 요양과 사회 적응 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1차 책임이 가족 등에게 있다 보니 경찰이나 지자체도 개입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30년째 조현병 환자인 형을 돌보는 김영희 씨(49)는 “6년 전 형이 극도로 흥분한 증세를 보여 경찰에 신고했는데 출동한 경찰은 보호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며 “사설 구급차가 올 때까지만이라도 같이 있어 달라고 사정해 사설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형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러 이미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며 “그럼에도 경찰과 소방도 민원이나 소송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 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2019년 4월 경남 진주시의 임대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부상을 입힌 안인득(46)도 사건을 저지르기 전 응급 입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모가 당시 요양병원에 있었음에도 보호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 “보호의무자 입원 규정도 까다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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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상당수는 정신질환자의 치료 공백을 막기 위해선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중증 정신질환의 무거운 부담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입원을 포함한 어려운 결정을 가족에게만 부여하는 보호의무자 입원 제도 폐지를 적극 논의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올 2월 발의됐지만 4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채 제자리걸음만 이어가는 상황이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