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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욕창 소독도 못하는 지역 간호사, 61년 묵은 의료법 고쳐야

입력 | 2023-09-26 00:00:00

대한간호사협회 회원들이 19일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일대에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9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고령화로 지역사회의 간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소속 간호직 공무원이 19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병의원이나 보건소가 아닌 지자체 행정복지센터(옛 주민센터) 소속 간호사 규모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 상담을 해주고 만성 질환자 관리 및 예방 사업을 한다. 간병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퇴원 환자나 가까운 병원이 없는 의료 취약 계층을 방문 간호하며 돌봄 공백을 메우는 것도 지역 간호사의 일이다.

그러나 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엄격히 규제하는 의료법 탓에 복지센터 간호사는 2000명에 육박하는 규모에도 실제 역할은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간호사 업무는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에 묶여 있다. 복지센터에는 의사가 없어 법대로 하자면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욕창 환자를 소독하거나, 가래를 빼주거나, 대소변 주머니를 갈아 주는 일에도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간단한 혈압이나 혈당 측정도 올 상반기 보건복지부가 ‘간호사 단독으로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하기 전까지는 위법 소지가 있어 엄두를 못 내고 보건소에 환자를 인계했다고 하니 이런 비효율이 없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원상회복이 어려운 만성 환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이미 900만 명을 넘어섰고 1인 가구 10곳 중 4곳이 60대 이상이 사는 가구다. 인구 구조와 질병 양상은 노인복지관이나 가정 등 병원 밖 간호 수요가 증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 의료법은 간호사를 진료의 보조자로 제한하는 61년 전 의사 중심법 그대로다. 의료 수요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 때문에 환자도 간호사도 모두 불편을 겪으며 의료비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올 6월 간호법 제정 논의 당시 간호법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고령사회에 대비해 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을 표한 바 있다. 무의촌 지역에서는 간호사들이 의사 역할을 대신하는 등 간호사의 업무는 이미 돌봄의 영역을 넘어선 상태다. 복지부는 당시 의료법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면서도 의료법을 개정해 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재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가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맞춤형 지역사회 건강 돌봄이 가능하도록 간호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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