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외계인이 지구를 평평하게 창조하였으니/정보라 외 9인 지음/314쪽·1만6800원·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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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어느 날 친구 한 씨로부터 개벽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 씨는 “개벽교 영상을 보고 따라 한 뒤 암이 나았다”고 했다. ‘어린 남자’가 나오는 이 영상은 아침에 일어나 찬물을 떠놓고 조상에게 공을 들이고, 숯과 소금을 먹는 생활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면 된다고 한다.
윤 씨는 생전 다단계 판매에 빠졌던 부인을 나무랐던, 의심 많은 사람이었지만 속는 셈치고 따라 하니 몸이 건강해지고 변비가 낫는다. 그러다 개벽교 모임에 나가게 된 뒤부터 윤 씨는 정말로 변한다.
조상의 은덕을 강조하는 어린 남자의 말에 크게 동감해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는 아들과 싸우고, 숯과 소금을 강박적으로 먹으며 신장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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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 즉 사이비 과학을 주제로 정 작가를 포함한 공상과학(SF) 작가 10명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최의택 작가의 ‘유사 기를 불어넣어드립니다’는 노인이 대부분인 시골 마을 기 치료소가 배경이다. 동네에는 기 치료의 효과가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건만 정작 치료소 주인인 ‘해수’는 그저 노인들의 팔다리를 주물러주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치료소에 근육병이 있는 아이와 엄마가 찾아온다. 아이의 엄마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결국 안 된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마음에 걸렸는데, 해수 씨는 희망을 깨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그 간절함에, 해수는 진심을 다해 기 치료에 힘쓰려 한다.
이처럼 책에는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없더라도 그 길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 나온다. 사주 운세에 목을 매거나 광고에 홀려 효과를 알 수 없는 만병통치약을 구매하는 이들의 믿음과 불안,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좌절이 펼쳐진다. 이들의 좌충우돌은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저마다 가볍지 않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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