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후루’ 했으니 이제 스무디 한 잔 어때?”
1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학교 앞. 10평(약 33㎡)이 채 안 되는 좁은 가게에 학생 열댓 명이 반짝거리는 과일꼬치를 손에 들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곳은 딸기, 파인애플, 샤인머스캣 등 과일을 막대에 꽂아 시럽처럼 끓인 설탕을 입힌 중국 간식 ‘탕후루’ 전문점이었다.
중학생 이모 양(14)은 “학교 끝나면 출출해서 ‘국룰’(특정 행위가 불문율임을 뜻하는 유행어)대로 학원 가기 전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 사 먹으러 왔다. 스무디까지 한 잔 마셔야 ‘3종 세트’가 완성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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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짠단짠한 신종 간식 문화
게티이미지뱅크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공개한 ‘배민 트렌드 2022’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많이 배달 주문한 메뉴는 마라탕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냉동·간편 조리식품 분야에서 10대 청소년 인기 검색어 1위가 탕후루였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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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트륨과 당 많아 청소년 건강엔 적신호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이들 간식을 먹으면 나트륨과 당의 하루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게 된다. 마라탕은 특유의 얼얼한 맛을 내기 위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1인분 나트륨 함량이 2000~3000mg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하루 권장 섭취량(2000mg)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탕후루 1개에는 10~25g, 스무디 1잔에는 28~107g의 당이 포함돼 있다. 탕후루와 스무디만 먹어도 하루 권장 당 섭취량(50g)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또래 문화처럼 자리 잡은 탓에 무작정 막기도 쉽지 않다. 10대 자녀를 키우는 박모 씨(52)는 “마라탕과 탕후루, 스무디를 최근 부쩍 많이 사 먹기 시작했는데 자칫 당뇨나 비만에 걸릴까 걱정된다”며 “친구들도 다들 사 먹는다니 말리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최근 학생들이 몰려다니며 자극적인 간식을 많이 먹는다. 어린이 당뇨에 걸린 친구도 두어 명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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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마라탕처럼 짜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 등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과당 음식은 소아비만이나 지방간의 주범”이라며 “자극적인 음식은 먹을수록 더 많이 원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단 식품을 많이 먹게 되면 인슐린 작용이 둔화돼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식습관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에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