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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의 귀환… 유가 급등에 달러지수 6개월만에 최고

입력 | 2023-09-08 03:00:00

엔화 가치는 10개월만에 최저로
원달러 환율, 어제 4.9원 올라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 일제하락




국제유가 급등과 ‘차이나 리스크’ 부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려 ‘킹달러’ 귀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달러 가치가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고, 일본 엔화는 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미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장중 한때 105.03까지 올라 최근 6개월 사이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감이 높아진 7월 한때 100 밑으로 떨어졌지만 국제유가 급등과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 속에 오르고 있다. 강(强)달러에 엔화 가치는 올 들어 11.40%, 원화는 5.35%, 위안화는 5.8% 각각 하락했다. 7일 원-달러 환율은 4.9원 오른 1335.4원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피도 전날보다 15.08포인트(0.59%) 내린 2,548.26에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49.94포인트(0.75%) 하락한 32,991.08에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13%, 홍콩H지수는 1.39%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강달러에 전 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몰리면 자금이 빠져나간 신흥국 증시는 하락하게 된다.

미 외환관리사 컨베라의 조 매님보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중국과 유럽발(發) 글로벌 성장 둔화로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동시에 (강달러가) 고물가를 압박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强달러에… 韓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高 재연땐 침체 장기화


차이나리스크에 원유감산 겹쳐
美 ‘나홀로 성장’속 달러 초강세
글로벌 자금, 신흥국 이탈 가속화
‘中타격→침체 장기화’ 악순환 우려

최근의 강(强)달러는 ‘나 홀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국, 유럽의 격차가 확대되는 탓이 크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금리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달러에 베팅하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부동산 위기에서 비롯된 ‘차이나 리스크’는 한중일 화폐 가치를 흔들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며 달러 몸값을 높이고 있다. 이에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킹 달러’ 현상이 1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美 나 홀로 성장 속 차이나 리스크 부각

6일 영국 런던 ICE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0.56달러 오른 배럴당 90.60달러로 마감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0.85달러 상승한 87.54달러로 장을 마쳤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에 따른 공급 우려가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 경제가 강력하다는 지표가 나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에 불을 지펴 환율과 채권, 증시 등 세계 금융 시장이 흔들렸다. 이날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5로, 월가의 전망치(52.5)를 크게 상회했다. 시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높다고 전망하면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5%를 돌파한 5.025%까지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지수는 1.06% 떨어졌다. 긴축 장기화 우려는 달러 가치 상승을 부추겨 달러지수는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반면 중국은 경기 부진 우려 속에 지난달 서비스업 PMI가 51.8로, 전월(54.1)보다 낮아졌다. 유로존 8월 PMI는 47.9로 30개월 내 최저치로 하락해 유럽 경기둔화 우려를 키웠다. 미국의 나 홀로 성장은 다른 국가와의 금리 격차를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의 인기를 높이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비자이 카난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아시아 신흥국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중국 경기 부진 영향 속에 달러 강세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 킹 달러, 한국 등 세계 경제에 직격탄


킹 달러 현상은 세계 경제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신흥국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해 금융 시장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고유가 상황에서 각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이것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도 크다.

한국 경제의 경우 당장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강달러가 환율 상승과 수입물가 상승을 거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환율과 고물가가 고금리로 이어질 경우 작년에 극심했던 ‘3고(高) 위기’가 한국 경제에 재발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강달러가 지속되면 강한 물가 상승과 실질 소득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달러는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국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유가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동시에 진행되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도 셈법이 복잡해진다. 한은은 올 2월부터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발 위기에 내년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아 금리 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 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강달러는 중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부동산발 경기 침체로 중국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이 심한 상황인데 앞으로 이탈 속도가 빨라지면 위안화 가치가 더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 등에 충격이 돌아오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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