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전쟁의 가해 전(展)’의 특별 코너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보고 있다. 요코하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31일 일본 요코하마시에서는 현지 시민단체 ‘기억을 이어가는 가나가와 모임’ 주최로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반성하는 ‘전쟁의 가해 전(展)’이 열렸다. 8회째를 맞은 이 전시회에서 올해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주제로 특별 코너를 마련했다.
전시회에는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직후 요코하마 초등학생들이 쓴 작문이 소개됐다. 주최 측은 “2010년 요코하마 미나미요시다 초등학교 관계자가 당시 작문이 학교에 보관돼 있다고 알려줬다. 조선인 학살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당시 글을 사진으로 찍어 담았다”고 밝혔다.
100년 전 간토대지진 직후 요코하마 초등학생들이 쓴 작문을 소개하고 있는 전시물. 요코하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전시회에는 당시의 장면을 목격한 초등학생 글이 소개됐다.
“순사가 조선인에게 칼을 빼 들고 있었습니다. 앞에 있던 아버지가 쇠몽둥이로 죽여버렸습니다”
“이틀째 저녁 조선인이 목이 잘려져 있어서 오싹했습니다”
“다리 위에서 조선인을 향해 많은 사람이 칼로 찌르거나 곤봉으로 때리고 창으로 찌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강물로 던져 버렸습니다”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직후 일본 군경과 자경단 등에 의해 살해된 뒤 거리에 버려진 시신들. 학계에 따르면 당시 학살당한 조선인은 최소 6600여 명, 중국인 학살 희생자는 800여 명에 이른다. 동아일보DB
행사를 주최한 시민단체의 다케오카 겐치(竹岡建治) 씨는 “당시 조선인 피해자 수는 도쿄가 많았지만, 인구 대비로는 요코하마가 훨씬 많았다. 요코하마에 군수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건너온 조선인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학살의 사실관계 기록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 “자료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면 (한국, 중국에) 사과해야 하므로 그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경찰과 자경단원이 학살당한 조선인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 군경이 자경단을 조직하고 지원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요코하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