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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장시대’ 법에 묶인 산업단지… 규제 풀어 ‘핫’하게 바꾸라

입력 | 2023-08-25 23:57:00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단지 관련 ‘킬러 규제’를 없애는 대책을 내놨다. 입주업종, 토지용도, 매매·임대제한 등 산단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1990년 만들어진 산업입지법, 산업집적법 등 관련 법률이 시대 변화, 경제의 발전단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12만여 개 기업이 입주한 전국 1274개 산단은 한국경제를 견인해 온 제조업의 엔진이다. 재작년 기준 국내 제조업 생산과 수출의 63%, 전체 고용의 54%를 차지했다. 하지만 40% 가까이는 20년이 넘어 노후화하고 있다. 특히 높아진 국민의 생활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 제반 환경은 청년들이 제조업,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장시대’에 만들어진 규제 탓에 편의점, 카페 등 편의시설도 현저히 부족하다. 전국 평균 1만 명당 카페와 편의점 수가 각각 45개, 16개인 데 비해 노후 산단에는 11개, 3개에 불과하다. 커피 한 잔을 사려고 차를 타고 단지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거지역과 떨어져 있어 ‘직주 근접’을 선호하는 근로자들의 불만도 크다. 차량 보유대수가 적던 시절 조성돼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규제로 증설도 어려워 불법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 점에서 산단 내 편의시설 용지 규모를 확대하는 등 규제를 현실화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오래전 잣대로 업종을 구분하다 보니 첨단산업, 신생 서비스기업의 진입을 막고 있는 칸막이 규제도 당연히 없애야 한다. 사업주가 고령화하고, 물려받을 사람도 없어 더 이상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공장을 쉽게 팔고 떠날 수 있도록 소유권 이전을 쉽게 해줘야 한다.

한국보다 산업화의 역사가 긴 선진국들은 노후 산단을 리모델링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폭스바겐 본사 터를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자동차 테마파크로 바꿔놓은 독일의 아우토슈타트가 좋은 예다. 대규모 쇼핑, 레저, 문화공간으로 산단을 업그레이드하는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청년들이 일하고, 살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산단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리 제조업이 안팎의 도전을 이겨낼 가능성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