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뇌 활동 포착해 언어화 뇌중풍-루게릭병 환자 도와 기존 장치 대비 4배 빨라져 오류율은 5분의 1 수준으로
말하는 능력을 잃은 환자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 출처 국제학술지 네이처 ⓒSteve Fi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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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떠올리는 생각과 상상은 나만의 비밀 영역이다. 과학자들이 이 같은 비밀 영역의 베일을 벗기기 위한 진일보한 기술을 개발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3일(현지 시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상호 작용하도록 만드는 BCI 기술로 마비 환자의 생각을 읽고 해독하는 데 성공한 2편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기존 기술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더 많은 어휘를 해독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뇌중풍(뇌졸중)이나 루게릭병 등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환자는 근육 마비로 말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마비가 있는 사람의 뇌 활동을 말로 해독하는 것은 한정된 텍스트 형태와 어휘를 제한된 속도와 정확도로만 가능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들은 이 같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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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평균 분당 62개 단어를 말하는 속도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기존 장치 대비 3.4배 향상된 속도다. 일반인의 평균적인 대화 속도는 분당 16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일반인 대화 속도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단어를 잘못 인식하는 비율도 줄었다. 오류율은 2021년 BCI 버전보다 3분의 1 수준인 50개 단어 기준 9.1%였다. 12만5000개 어휘 기준으로는 23.8%의 오류율을 보였다.
에드워드 창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신경외과 교수 연구팀은 다른 방식의 BCI를 개발했다. 뇌 표면에서 언어피질 영역의 세포 활동을 감지하는 비침투 전극을 사용해 뇌 활동에 접근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뇌 신호를 해독해 글자, 음성, 말하는 아바타 등 세 가지 형태를 동시에 생성할 수 있는 BCI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뇌간 뇌졸중’으로 중증 마비가 있는 환자로부터 수집한 신경 데이터를 해독하기 위해 딥러닝 모델 훈련도 시행했다. 이 BCI는 뇌 활동을 글자로 번역하는 속도가 분당 78개 단어를 말하는 속도로 이뤄졌다. 이는 이전 기록보다 4.3배 빠른 수준이다.
50개 구절 기준 오류율은 기존 BCI보다 5분의 1로 줄어든 4.9%였다. 1000개 이상 어휘로 구성된 문장을 해독할 때는 25%의 오류율을 보였다. 뇌 신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합성 음성으로 전환됐고, 언어뿐 아니라 표정을 나타낼 수 있는 아바타 얼굴의 움직임으로도 표현됐다. 연구팀은 “BCI의 안정적인 고성능 해독을 몇 달에 걸쳐 입증했다”며 “신경학적 손상으로 마비가 있는 사람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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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