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 산불 현장을 시찰했다. 화재 발생 13일 만에 방문한 것으로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성난 지역 민심을 직접 수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21일(현지시간) 오전 하와이 마우이섬 카훌루이 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헬기를 타고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마우이섬 일대를 시찰했다. 이후 산불의 직격탄을 맞은 마우이섬 라하이나를 찾았다.
광고 로드중
올리비아 달튼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마우이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하와이에 “필요한 만큼 오래 머물겠다”며 “모두에게 감동의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지역 민심은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인 것이다.
마우이 카운티에 따르면 이날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수는 114명이다. 여전히 850명이 실종된 만큼 사망자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화재가 발생한 지 보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재난 지역의 15%는 수색이 되지 않은 상태다.
그린 주지사는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은 지역을 수색하는 데 몇 주는 더 걸릴 수 있으며 화재가 워낙 극심했던 탓에 일부 희생자 유해를 온전히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 산불 역사상 100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가 나온 데다가 수색 작업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마우이 주민들은 정부의 총체적 대응 실패에 실망감을 토로했다. 현지 일간 ‘호놀룰루 스타-애드버타이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마우이 일부 지역에선 환대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광고 로드중
이처럼 이반된 민심을 돌리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네바다주 별장에서 출발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름 만의 늦장 대응이라며 “수치스럽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구조대원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방문을 연기해 왔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난 지역 방문이 기대만큼 정치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2005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둘러봤지만 대통령 전용기에 앉아 창문 밖을 바라보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