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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연구성과도 업” 서울대 교수들도 감탄한 마라톤 효과[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7-29 12: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실내 체육시설이 문을 닫았다. 달리면서 잊어야 할 고민거리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설 이용에 제한이 생기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야외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서울대 교수 건강달리기회(스누건달회) 회원들이 7월 22일 토요일 오전 서울 뚝섬유원지 한강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최희승 채선미 간호대 교수, 남효순 법학전문대 명예교수, 박정민 사회복지학과 교수, 여재익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김영수 차의과대 교수, 서명환 경제학부 교수.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영수 차의과학대 생명과학과 교수(65)는 서울대 의대 교수 시절인 2020년 6월 서울대(SNU) 교수 건강달리기회(스누건달회)를 만들었다. 직접 달려보니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30분 서울 뚝섬유원지 한강공원에서 만나 함께 달리고 있다. 큰비가 오거나 혹서, 혹한이 아니면 달린다.

“2002년 서울대 의대로 왔는데 건물에 피트니스센터가 있었죠. 그래서 트레드밀에서 주 1, 2회 건강을 위해 달렸죠. 그렇게 15년 넘게 달렸는데 코로나19가 2020년 초 확산되는 바람에 실내 체육시설이 거의 다 문 닫았어요. 개인적으로 고민도 있었죠. 그래서 밖으로 나가서 달렸는데 신세계를 만난 겁니다. 혼자 달리기 아까웠죠.”

김영수 차의과대 교수가 서울 뚝섬유원지 한강공원을 달리고 있다. 그는 2020년 6월부터 서울대 교수 건강달리기회(스누건달회)를 만들어 함께 달리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헬스클럽에서 길어야 10km를 달리던 김 교수는 야외로 나오면서 거리를 늘렸다. 실내에서 지루하게 달리다 야외로 나오니 달리는 게 상쾌하고 즐거웠다. 15km, 20km로 거리를 늘렸고 21.0975km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30km 이상 달리는 ‘장거리주’까지 소화한 뒤 42.195km 풀코스도 완주했다. 모두 혼자 이룬 것이다. 그는 “마라톤 칼럼 쓰는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전 원장 글을 다 읽었고, 다양한 정보를 찾아 공부하며 달렸다”고 했다.

풀코스 완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마의 30km’ 이후 포기해도 아무도 뭐라 얘기할 사람 없지만 참고 끝까지 달려 완주했다는 성취감은 안 해본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 교수는 “풀코스를 완주할 때마다 정신 근육이 하나씩 더 생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달리면 모든 고민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까지 3년도 안 돼 풀코스를 14회 완주했다.

“교수들은 전반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아요. 그럼 제 나이쯤 되면 다 골골하죠. 조금이라도 일찍 달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달리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2020년 5월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고, 한 달 뒤 스누건달회를 만들었습니다.”

김영수 교수가 올 3월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 결승선이 있는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질주하고 있다. 김영수 교수 제공.

김 교수의 첫 풀코스 완주 기록은 5시간 8분대.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풀코스를 완주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했다. 마라톤의 진정한 의미는 풀코스를 완주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누건달회를 만든 목적도 서울대 교수들에게 풀코스 완주의 기쁨을 주기 위해서였다.

스누건달회 회원은 60여명. 김 교수는 “연구 때문에 시간 없는 교수들에게 가장 짧은 시간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운동”이라고 설득했다. 달리기 모임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10명 안팎이지만 열성적인 교수들은 거의 매번 참석해 달리고 있다.

특히 남효순 서울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67)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남 교수는 “달리니 건강해졌고 지금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분”이라고 했다. 남 교수는 “당초 80세까지는 달리려고 했는데 이젠 100세까지 달려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남 교수는 2년 전 정년 퇴임한 뒤 책을 쓰면서 꾸준히 스누건달회에 나와 달리고 있다.

김 교수는 교수들이 다 만족한다고 했다. “토요일 아침 7시 30분부터 2시간 정도 달리거나 걷고 커피 한잔하고 헤어진다. 집에 가면 오전 11시. 평소 같으면 아직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얼마나 건강한 삶인가”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JTBC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한 스누건달회 회원 5명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 앞부터 박상욱 기계공학부 교수, 박정민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기한 체육과 교수, 김영수 차의과대 교수, 여재익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김영수 교수 제공.

물론 마라톤이 쉽진 않았다. 스누건달회 회원들은 처음엔 3km도 달리기 쉽지 않았다. 훈련으로 5km, 10km, 20km로 늘렸고 이젠 풀코스를 완주한 교수들이 10명이 넘는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나를 포함 6명의 회원이 풀코스에 도전해 5명이 완주했다”고 했다. 건강 달리기만 하던 교수들에게 “풀코스를 달려야 진정한 마라토너”라고 설득해 이룬 결과다.

이 소식을 접한 뒤 그동안 스누건달회에 관심이 없었던 베테랑 마라토너 교수들도 합류하게 됐다. 마스터스마라토너의 꿈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 완주자도 있다. 올해부터 매년 봄과 가을 함께 대회에 출전하며 회원들에게 풀코스 완주기회를 주고 있다. 여자 교수들은 달리기보다는 걷는 것으로 대신한다. 2년 전 스누건달회에 가입한 채선미 최희승 간호대학 교수도 주기적으로 나와 걷고 있다.

‘공부만 알던’ 교수들이 달리면서 삶의 태도도 바뀌었다. 김 교수는 “마라톤은 한마디로 정신 수양이다. 내가 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육체의 건강이 내 정신 건강하고 직결된다는 것을 체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풀코스를 완주한 뒤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과거 다소 곤란한 일이 벌어지면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이젠 차근차근 해결하면 될 것이라는 평안함이 생긴다”고 했다.

스누건달회 회원들이 올 3월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 출전한 뒤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영수 교수 제공.

여재익 항공우주공학과 교수(53)도 달리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일찌감치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을 좋아했지만 달리진 않았다. 5km도 달려본 적이 없었다. 거리가 늘고 풀코스를 완주하자 많은 게 바뀌었다. 여 교수는 “근육운동과 전혀 다른 근육을 쓰다 보니 완전히 신세계를 경험했다. 더 건강해지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당연히 삶도 변했다”고 했다. 그는 “풀코스 완주 기록이 ‘서브스리’는 안 되지만 ‘서브 포(4시간 이내 기록)’에 만족한다”며 활짝 웃었다.

박정민 사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53)도 혼자 15년 달리다 스누건달회가 창립되면서 함께 달리고 있다. 그는 “함께 하니 더 규칙적으로 달릴 수 있다. 함께 달리는 재미가 있다. 서로 응원하며 달리니 힘이 덜 든다”고 했다. 박 교수는 “마라톤을 통해 많이 배웠다. 아직 풀코스를 5시간 정도에 완주하지만 만족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풀코스를 2회 완주했다. 교수들은 “건강하니 공부(연구)도 더 잘 된다”고 입을 모았다.

스누건달회 회식 때 모습. 김영수 교수 제공.

김 교수는 ‘마라톤 전도사’가 됐다. 올 3월 병원을 옮긴 뒤 차의과학대에 마라톤동호회를 만들고 있고, 스누건달회와 함께 달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평소엔 주 2, 3회 피트니스센터에서 고정식 자전거를 1시간 타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80세 넘어서까지 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그는 “이 좋은 것을 난 예순둘에 처음 완주했다. 다른 교수들은 더 빨리 입문해 풀코스 완주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