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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론/주재우] 국익 중심의 對中 외교가 절실하다

입력 | 2023-06-28 23:45:00

文 정부, 친중 외교 펼쳤지만 관계 개선 실패
우리 최대 전략적 이익, 자유 국제질서 수호
美中 관계 전환 가능성, 대중 전략 가다듬을 때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우리나라 야당 지도자의 면전에서 우리나라의 외교 주권과 외교 정책의 기조를 비판했다. 싱 대사의 ‘미국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발언은 우리나라의 외교 주권과 우리 국민의 선택을 저격했다. 중국 대사의 폄훼 발언에도 야당 지도자가 어떤 반론을 제기했다는 얘기는 듣기 힘들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 관계의 전환을 암시하는 행보로 받아들여지면서 미국과 기조를 같이한 우리나라가 대중국 관계에서 고립되어 불이익이 가중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4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선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일당백을 해도 버겁다. 그러나 한중 수교 이후 국내에 이른바 ‘친중파’들이 자생하면서 대중국 관계와 외교에서 공조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들의 친중 행보가 중국에 사대하는 모습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속성상 이들은 친북, 종북 세력과 정치적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한반도 분단 이래 남한 사회에는 친북, 종북 세력이 존재해 왔다. 한중 수교 이후 이들은 대북 관계 개선과 발전에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며 중국을 이들의 친북, 종북 방정식에 동급으로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종북=친북=친중’이라는 방정식이 성립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반일이 규합되면서 ‘종북=친북=친중=반일’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만들어졌다.

중국은 분단으로 인해 남한에서 자생된 특수한 사회적 구조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2015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와 사드 배치 결정을 앞두고 우리 사회가 앞서 언급한 방정식으로 말미암아 양극화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목도했다. 이후 중국은 우리 사회의 이런 특성을 자신의 영향력과 이익을 확대하는 데 이용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이런 중국의 실상에도 불구하고 싱 대사의 발언 이후 야당 의원들이 방중 길에 올라서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악화된 대중국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찾은 것이다. 진정 국익을 중시하는 의정 활동에 맞는 행보인지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중국은 대부분의 전략회담과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 지연 또는 순연시켰다. 여기에 이들은 항변 한번 하지 못했다. 그런 수모를 겪고서도 이들은 중국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켰지만 한중 관계 개선의 돌파구는 끝내 찾지 못했다. 또한 야당 의원들의 방중 결과가 어떠한 식으로라도 국민에게 전달되었어야 했지만 그것 또한 충분치 않았다. 한중 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상에 있는 중국 인사를 만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를 건강하고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외교의 성찰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 외교에 있어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린 그런 경험이 미천할 정도다. 지금까지 한미 동맹에 의존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우리 이익이 불변할 것으로 착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 추구해야 할 국익이 무엇인지 아직도 스스로 자신 있게 말을 하지 못한다.

국익은 개인적 사고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국익은 건국이념과 추구하는 가치에 근간한다. 미국이 세계의 민주화, 인권과 자유의 가치의 보편화를 외교의 최대 목표이자 최대 국익으로 정의한 것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국익은 개인이 설정하고 그 우선순위를 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종북, 친북, 친중, 반일 세력은 그들만의 프레임에서 국익을 설정한다. 결국 이들의 국익 설정은 정치적 사욕으로 전락한다.

국익의 우선순위는 대신 정세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 그래서 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판단하고 그 흐름 속에서 나라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명백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주관적인 해석이 과도하게 개입되면 국익 본질의 초점이 흐려진다. 상황 변화에 따라 추구하는 이익은 전략적 이익임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

건국 이래 우리의 국익은 민주, 자유, 인권의 수호에 있다. 미중 경쟁 시대에 우리의 최대 전략 이익은 자유 국제질서의 수호다. 미중 경쟁으로 변화하는 중국에서 우리의 대중국 이익도 변해야 한다. 동원되는 전략도 변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이 우리 사회의 분열과 양극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장기적인 전략 목표를 직시해야 한다. 즉, 한미 동맹의 폐기와 주한미군의 철수이다. 이런 사실과 현실이 우리의 일당백 대중국 외교를 요구하는 이유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