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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와 美食, 짜릿한 야구체험까지… 돔구장에서 만나요[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입력 | 2023-06-17 03:00:00

후쿠오카 PayPay 돔 투어
이대호가 뛰던 개폐식 돔구장… 안방팀 승리하면 천장 열고 불꽃놀이
최근 문 연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설… 야구 체험-VR게임-전시 등 인기
지붕에서 연인과 ‘사랑의 종’ 치고, 후쿠오카 타워에서 노을 감상



7일 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홈구장인 ‘후쿠오카 PayPay 돔’ 구장. 홈팀이 승리하자 불꽃놀이에 이어 무게 1만2000t의 육중한 돔구장 천장이 열리는 멋진 장관이 펼쳐졌다. 1000만 원 이상의 전기료가 들지만, 홈팀 승리를 축하하는 화끈한 팬서비스다.


후쿠오카 타워 

일본 규슈(九州)지방의 관문인 후쿠오카(福岡)에는 두 개의 명물이 있다. 높이 234m로 일본 해변에 세워진 타워로는 가장 높은 ‘후쿠오카 타워’와 일본 최초의 개폐식 돔구장 ‘후쿠오카 PayPay 돔’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후쿠오카에 도착할 즈음 하카타만의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 근처에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원형 돔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돔구장 바로 옆에는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설 ‘보스 이조(E-ZO) 후쿠오카’가 새로운 명소로 등장해 현지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대호가 뛰던 돔구장의 불꽃놀이
7일 오후 9시 반. 일본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팀의 돔구장. 9회초 소프트뱅크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를 4-0으로 꺾고 승리하자 경쾌한 음악이 경기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갑자기 경기장의 조명이 어두워졌다. 이어서 돔구장의 천장에서 터져 쏟아지는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불꽃들. 안방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하나비(花火·불꽃놀이)’였다. 지상 68m 높이의 실내 돔구장에서 불꽃쇼가 펼쳐지다니.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이어서 굉음과 함께 천천히 돔구장의 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트 모양으로 절반이 열린 돔구장 천장 너머로 힐턴호텔, 후쿠오카의 밤바다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돔을 한 번 개폐하는 데 드는 전기료는 약 1000만 원. 호크스팀이 승리했을 때 불꽃놀이와 함께 안방 팬들을 위한 화끈한 서비스인 셈이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빅보이’ 이대호 선수(41)가 2014년부터 4번 타자로 뛰며 2년 연속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팀이다. 이대호는 2015년에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대호는 지난달 28일 다시 후쿠오카 돔구장을 찾아 열띤 환호 속에 시구 행사를 갖기도 했다.

돔구장인 ‘후쿠오카 PayPay 돔’(왼쪽)과 놀이시설 ‘보스 이조 후쿠오카’의 외부 야경 . 

1993년 4월에 문을 연 후쿠오카 PayPay 돔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90년 개장한 캐나다의 로저스 센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개폐식 돔구장이다. 우리나라도 야구장에서 즐기는 치맥이 유명하지만, 후쿠오카 돔구장에는 규슈 지방의 맛집이 빼곡하다. 좌석까지 배달해 주는 미식(美食)과 생맥주를 즐기고, 치어리더와 캐릭터 댄스까지 야구장은 거대한 디너쇼 극장을 방불케 한다.

유럽의 오페라 극장에 가면 백스테이지 투어를 하는 것처럼 야구장에는 돔 투어 프로그램이 잘돼 있다. ‘돔만끽 코스’는 불펜 연습장, 라커룸, MVP 시상식이나 입단식이 열리는 기자회견장, 방문팀의 더그아웃을 둘러보고 경기장의 잔디도 밟아 볼 수 있다. 어드벤처 코스를 택하면 돔의 천장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 투어팀은 플래시가 달린 헬멧과 장갑을 착용하고 구장 내 점보제트기 3대 크기 ‘백스크린’ 뒤쪽의 좁은 통로를 올라간다.

지상 35m 지점에 올라서니 돔구장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지상 68m 돔구장 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캣워크)이 있다. 불꽃놀이 장인이 경기 1시간 전부터 불꽃 장치를 들고 올라가 대기하는 통로다. 약 20분에 걸쳐 1만2000t 무게의 육중한 지붕이 열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천장의 복잡한 구조물 사이에 뚫린 구멍을 통과해 돔구장 지붕 밖으로 나가니 비가 내렸다. 돔의 거대한 곡선이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처럼 아름다웠다. 지붕 밖에는 연인들의 사랑을 이뤄준다는 ‘사랑의 종’이 설치돼 있다. 비 내리는 후쿠오카 하카타만의 바닷가 절경을 바라보며 종을 ‘땡땡땡’ 치고 내려왔다.

●스포츠와 예술을 온몸으로 체험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디지털아트 영상이 반응하는 ‘운동의 숲’. 

거대한 스타디움을 지을 때 가장 큰 우려는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과 사후 운영 비용이다. 한국계 일본인 사업가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수한 이 구단은 좌석부터 건물 이름, 시구자까지 기업 마케팅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돔구장은 거대한 미식 체험장이자 콘서트장이다. 최근에는 아예 돔구장 옆에 야구 경기가 없어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문을 열었다. 야구 체험과 가상현실(VR) 게임, 디지털 아트, 음식과 놀이시설을 즐길 수 있는 ‘보스 이조 후쿠오카’다.

건물 내부의 중심에는 일본 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83)에게 헌정된 베이스볼 뮤지엄이 있다. ‘왕정치(王貞治)’로 잘 알려진 그는 세계 최다 기록인 868개의 홈런을 친 레전드 선수다. 뮤지엄에 들어가면 그가 선수 시절 쓰던 배트와 글러브뿐 아니라 아라카와 히로시 코치와 함께 검을 들고 허공을 가르며 외다리 타법을 연마했던 방까지 재현해 놓았다.

남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89PARK’다. 실제 타격과 수비, 주루를 하면서 야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속 160km의 구속이 얼마나 빠른지 심판석과 선수석에서 체감해 보니 비명이 절로 나온다. 내 투구 속도를 재보고, 코치가 쳐주는 펑고를 잡아 송구를 하고, 1루로 전력 질주하는 게임도 있다. 스크린 골프처럼 투수가 실제로 던지는 공을 타격하는 방도 있다. 배트가 공에 제대로 맞는 순간 화면에서 빛이 번쩍하며 공이 백스크린 상단을 맞혔다. 짜릿한 손맛이다.

‘보스 이조 후쿠오카’에서 환상의 숲속 동물을 만날 수 있는 팀랩포리스트. 

여성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팀랩 포리스트’다. 세계적 열풍을 불러왔던 ‘포켓몬GO’의 증강현실(AR)을 업그레이드한 환상적인 공간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화려한 나무가 울창한 숲과 연못이 펼쳐지는데, 코끼리나 고래, 사슴을 닮은 신기한 동물들이 숲속을 거닐고 있다.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깔아 화살을 쏘고, 그물을 던지면 동물을 잡을 수 있다.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모네, 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몰입형 전시도 연인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코 뮤지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운코(Unko) 뮤지엄’이다. ‘운코’는 우리말로 ‘응가’랑 비슷한 의미다. 달팽이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쌓여 있는 ‘운코’를 보기만 해도 아이들은 자지러지며 웃어댄다. 승리를 기원하는 황금색 운코,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로 변신한 분홍색 연두색 운코 캐릭터와 게임에 열광하는 일본 사람들의 심정을 알다가도 모를 느낌이었다.

후쿠오카 바닷가 절경을 보며 타는 1인용 롤러코스터.

옥상에는 돔구장 주변의 바닷가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절경(絶景) 3형제’ 놀이기구가 있다. 그중 ‘쓰리ZO’는 옥상에 복잡하게 설치된 레일에 매달려 탑승자의 무게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롤러코스터로, 건물 밖으로 나가는 구간에서는 가속도가 붙어 짜릿한 스릴을 경험할 수 있다. ‘스베ZO’는 지상 40m 건물 벽면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 100m의 튜브형 미끄럼틀이다.

놀다가 출출해지면 라멘, 꼬치, 스시 등을 파는 3층 푸드홀로 가면 된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MLB카페’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인 라이선스를 받은 레스토랑으로, 메이저리그 생중계를 보며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공식 굿즈를 구입할 수도 있다.



여행 정보=후쿠오카 여행을 간다면 ‘후쿠오카 PayPay 돔’ 투어(약 1시간)를 한 뒤 ‘보스 이조 후쿠오카’에서 음식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으로 걸어가 ‘후쿠오카 타워’에서 멋진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현지에서는 보스 이조 후쿠오카 놀이시설의 티켓을 따로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5가지 어트랙션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펀티켓을 ‘디스커버리 큐슈’에서 미리 구매하면 싸고 편리하다. 또한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안방경기 할인 티켓도 일본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10∼20%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글·사진 후쿠오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